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인도 시장 리스크를 기회로


한국과 인도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된 지 1년이 지났다. 협정 발효 이후 지난해 양국 간 교역은 46%나 크게 늘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60여개로 기대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2011년 현재까지 인도에 진출한 총 한국 기업 숫자는 약 500개에 달한다. 이는 중국에 투자진출한 한국 기업 4만여개보다 비교할 수 없이 적다. 물론 중국과 인도는 여러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거침없는 성장세로 中 추월 전망 일단 중국은 거리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역사적ㆍ문화적ㆍ심리적으로도 가깝다. 사람들 생김새도 유사하다. 그러니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인도 500개대 중국 4만개라는 격차는 지나친 감이 있다. 국내 기업의 인도 투자진출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인도경제연구소가 최근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인도 투자진출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인도시장을 잘 몰라서(37%)'였다. 그 다음으로는 '인도진출이 어렵다는 주변 소식을 들어서(20%)'였고 '도로나 전기 등 인프라스트럭처가 열악해서(7%)'라거나 '부정부패(5%)'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국내 기업이 인도 진출을 꺼리는 이유는 '인도 시장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인도 사업이 어렵다는 소문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인도에 대한 인식을 잘 표현해준다. 인도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거리상으로도 비교적 먼데다 사회나 문화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잘 모른다는 것은 곧 두려움을 뜻한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도에 관해 시중에 떠도는 소문은 대개 부정적이다. 인도인은 거짓말을 잘 하거나 사기꾼이 많고 일을 잘 못하며 생산성도 떨어진다고 한다. 또 카스트 제도가 존재해 향후 경제의 지속성장도 의문시된다고 믿는다. 이런 소문을 들은 기업들은 인도 진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판단하건대 국내에 퍼져 있는 인도와 인도인에 관한 부정적 소문은 왜곡됐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이 적지 않다. 검증되지 않은 개인적 경험이나 소문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확산된 측면이 상당히 강하다. 그러나 인도는 그런 검증되지 않은 소문으로 인해 놓쳐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자그마치 12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이 연평균 8~9%의 높은 성장률로 무섭게 커가고 있다. 요즘 과잉투자라는 말이 한참 나오는 중국 다음의 시장은 어디인가? 동남아시장이 최근 각광받고 있지만 동남아는 인도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동남아 국가 인구를 모두 합해도 인도 한 나라를 당해내지 못한다. 경제 성장률도 마찬가지다. 요즘 인도 경제의 성장세는 거침 없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산업에서 불붙은 성장세가 생명공학ㆍ의학ㆍ부동산ㆍ금융ㆍ인프라ㆍ제조업 등 전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나 내년 중국 성장률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곳곳에서 나온다. 열악한 비즈 환경 헤쳐나가야 인도 경제는 우리가 진출하든 안 하든, 관심을 갖든 않든 간에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런 초거대 유망 시장을 방관하다 경쟁국에 뺏기는 것은 그만큼 국력 손실을 의미한다. 물론 인도가 호락호락한 시장은 아니다. 인프라도 열악하고 관료주의와 부정부패가 일반화됐으며 각종 규제도 심한 편이다. 그러나 이는 누구에게나 같은 조건이다. 이와 관련해 인도 LG전자 성공신화의 주인공인 김광로 전 사장은 "한국기업이 인도에서 성공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열악한 조건 때문이다. 만약 인도 비즈니스 환경이 좋았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와 그만큼 힘들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악한 인도의 비즈니스 환경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늘 그렇듯이 리스크를 감당하는 적극적인 기업이 기회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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