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대나무에서 배우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이 근래 지방마다 생겨나고 있는 공기업에 대한 비유로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4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때에 맞추어 힘차게 솟아난 죽순에 요즘 공기업을 빗대기가 미안할 노릇이다.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대나무의 힘은 땅 속에서 서로 단단히 얽혀 있는 뿌리의 튼튼함이 원천인데, 최근 광역단체에서 기초단체에 이르기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설립된 지방공기업들이 이처럼 힘 있는 뿌리를 갖춘 다음 솟아난 죽순 같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지방공기업들이 과연 대나무 숲으로 쑥쑥 자라나서 울창하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는가. 불행히도 많은 지방공기업들이 설립 당시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보다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빚더미에 올라앉아 지방자치단체의 골칫거리로 전락해 있는 우울한 현실이다. 지방공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2005년 83%에서 지난해에는 134.8%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높이 자라면서도 마디마다 단단한 테를 둘러 큰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는 강인한 모습의 대나무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대나무로부터 추상과도 같은 절개를 배워야 한다. 다른 나무들처럼 수많은 가지를 뻗고 계절마다 화려한 꽃과 단풍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재주는 없지만 대나무는 그 꼿꼿함으로 절개의 상징이며, 사군자에 당당히 오를 수 있었다. 많은 공기업들은 기업으로서 수익을 내면서 공공기관으로서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양면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기업은 대나무의 추상같은 절개로 설립목적에 적합하면서도 수익성과 공익성을 모두 갖춘 사업만을 엄격하게 선택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설혹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공익성이 없다면 미련 없이 민간부문에 맡겨야 하며, 공익성이 있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직접 추진하도록 사양해야 한다. 최근 인천시는 산하 공기업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개발공사와 관광공사를 도시공사로 합치고 교통공사와 메트로를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통합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공기업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고 몸집을 줄여 효율적인 경영을 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뿌리부터 건강해져서 추운 겨울에도 푸른 잎이 시들지 않고 거센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한결같은 대나무처럼 튼튼한 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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