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또 해 넘기는 DTV 논란

“이게 과연 건전한 논쟁일까요” 정보기술(IT)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힘차게 닻을 올린 참여정부 첫해가 저물고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부는 묵은 짐 하나를 그대로 등에 진 채 갑신년 새해를 맞아야 할 것 같다. 미국식과 유럽식이라는 기술표준을 놓고 여전히 아무런 결론도 짓지 못한 채 끌어온 방송사들과의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 논쟁이다. 최근 정통부ㆍ방송위원회와 각 방송사와 민간단체 합의아래 20여일간의 해외실태조사까지 벌였지만 결론은 고사하고 오히려 논쟁만 더 가열되고 있다. 심지어 해외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공청회와 최종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도 일부 방송사는 자사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담은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기도 했다. 1년이 넘도록 계속돼온 전송방식 논쟁이 아무런 매듭도 짓지 못하고 또다시 해를 넘기게 됐을까. “왜 지금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했는지 모르겠다”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질책(내지는 자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겠다는 정통부의 안일한 대응이 오히려 결과적으로 소모적 논쟁을 키운 셈이다. 여기에는 이미 본(本)방송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논쟁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회피의식도 문제를 키웠던게 아닐까. 중요한 것은 논쟁이 이처럼 길어지면서 가전ㆍ장비업계와 소비자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됐는데 전송방식까지 논란을 빚으니 디지털TV가 잘 팔릴리가 없죠” “바뀔지도 모르는데 수백만원 하는 제품을 어떻게 선뜻 사겠어요” 지난주말 서울의 한 대형 가전제품 할인매장에서 만난 직원과 소비자의 말이다.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을 확정한 것은 이미 6년전이다. 시험방송을 거쳐 본방송을 시작한지도 벌써 만2년이 넘었다. 전문가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꼽는 것은 `투명성과 일관성`이다. 과연 과거의 정책결정을 뒤집어 엎어야 할 때인지, 아니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앞을 향해 달려야 할 때인지 이해 당사자들은 다시 한번 고민할 때다. <정보과학부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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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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