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中 이어 '제2 경협국' 확보하기

■ 김정일 9년만에 러시아 방문<br>극동개발 北협조 필수… 러시아도 경협 공감대<br>6자회담등 주도권 위한 지렛대 활용 가능성도… 정부선 "상황 예의 주시"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일(오른쪽)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오전10시30분(한국시각 오전8시30분) 노보브레이스크 마을의 '부레야'역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열차에서 내려 붉은 카펫이 깔린 길을 따라 걸어 나오자 러시아 여성들이 환대의 의미로 '소금과 빵'이 든 쟁반을 김 위원장에게 내밀었다. /출처=아무르포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지난 2002년 8월 이후 9년 만으로 북러 양측의 경제협력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맞아떨어져 전격 성사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2년 강성 대국론'을 내세운 북한으로서는 최악의 경제상황을 타개하고 중국에 대한 절대의존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같은 제2의 경제 지원국 확보가 시급하다. 김 위원장이 5월 중국을 방문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북한 경제상황의 다급함을 방증한다. 러시아 역시 숙원 사업인 극동 지역 개발에 북한의 협조가 긴요하다. 여기에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북ㆍ러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김 위원장의 방러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북ㆍ러, 경협 필요성에 공감=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200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한 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지리적ㆍ정치적 측근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10년 가까이 정상 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북한과 중국이 빈번한 교류를 통해 혈맹 관계를 강화해온 것과 달리 북ㆍ러 사이는 오랜 기간 정상 간 대화가 단절되면서 정치적 유대관계가 소원해졌다. 양국 정상 간의 대화 재개가 가능해진 것은 '경협'에 대한 필요성에 양국이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북한으로서는 기치로 내건 오는 2012년 강성 대국 건설을 위해 어느 때보다 경제적 물량 확보가 시급하다. 현재 북한이 기댈 곳이 중국 말고는 딱히 존재하지 않는 형국에서 러시아를 또 다른 지원군으로 확보하는 게 당면 과제로 떠오는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숙원 사업인 극동 지역 개발에 북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김 위원장에게 보낸 광복절 축전을 통해 "가스화와 에너지, 철도 건설 분야에서 러시아ㆍ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ㆍ대한민국 사이의 3자 계획을 비롯해 상호 관심사가 되는 모든 방향에 조선과의 협력을 확대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협조가 필수적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을 통해 극동지역 개발을 본격화하고 이를 경제발전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게 러시아의 계획이다. 그만큼 북한과의 협력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당장 내년 강성 대국론을 위해서라도 러시아로부터 원조가 필요한 상황이며 러시아도 자기들이 구상하고 있는 철도나 천연가스 파이프 연결 문제 등 때문에 북한과의 소원했던 관계를 되돌려놓을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6자 회담 등 주도권 확보 속셈도=하지만 이번 김 위원장의 방러는 경협 이슈 외에도 북ㆍ러가 한반도 안보 정세 국면에서 나름의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쥐고 나가겠다는 의지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한반도 안보 당사국들인 '6자' 중 중국과 함께 러시아를 확실한 자기 편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정치 균형을 맞추는 게 유리한 입장이다. 러시아 역시 그동안 미국ㆍ중국 등에 비해 약해진 위상을 회복하고 향후 한반도 안보 논의에 좀 더 지배적인 역할을 갖겠다는 목표를 위해 이번 북ㆍ러 회담을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가에서는 이에 따라 이번 북ㆍ러 접촉이 향후 6자 회담 재개 등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미치는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가 지원의 대가로 북한에 '비핵화 사전 조치' 등 모종의 압박에 나설 경우 6자 회담 재개에 전환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러시아가 '조건 없는 6자 회담 재개'라는 북한의 주장에 손을 들어줄 경우 한반도 비핵화 논의는 좀 더 복잡한 국면에 빠져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번 북ㆍ러 회담이 한반도 안보 정세 국면에서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러에 대해 한반도 안보 정세에 긍정적인 지렛대로 작용하기를 기대하면서도 공식 반응 없이 향후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회담 의의에 대한 논평을 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6자 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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