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용두사미 세법 걱정된다

"정부가 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법인세를 물리기로 했던가. 아님 증여세였나. " "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사실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당장 현안도 아닌데…." '일감 몰아주기 과세 입법'에 대해 세법을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최근 기자와의 통화 과정에서 던진 발언이다. 연내 법안 통과를 자신하는 정부의 불타는 의지와는 달리 국회는 아직 제대로 준비가 안 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주요 기업들이 대주주 일가 소유의 특수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줘 세금 한 푼 안 내고 재산을 편법 상속하도록 돕는 행태가 비일비재하자 이를 뿌리 뽑자는 차원에서 공론화됐다. 재계는 위헌 가능성 등을 지적하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기업 경영의 사적 자치'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과감히 입법화에 나선 이유는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장 선거 지원에 여야 의원들이 총동원되면서 이달 말까지 국회 재정위의 법안 심의는 공회전할 수밖에 없다. 또한 12월 즈음에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로 국회가 눈코 뜰새 없다. 결국 일감 몰아주기 법안을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은 11월 한 달에 불과한 셈이다. 그 한 달마저도 법인세 개정 등 다른 첨예한 이슈로 인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지 자신하기 어렵다. 졸속 입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실한 법률은 나중에 위헌소송 등에 휘말려 유야무야되거나 과세범위가 크게 후퇴할 수도 있다. 마침 17일 정부는 재건축부담금 부과율을 최대 절반(50%→25%)까지 깎는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부담금은 정부가 과거 위헌 논란을 무릅쓰면서 관련 입법을 추진해 지난 2006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까지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 단지에는 제대로 메겨 보지도 못한 채 꼬리를 내리는 졸속 제도로 전락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법안도 재건축 부담금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정부와 국회 모두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일감 몰아주기 과세의 쟁점 해소를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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