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특별 인터뷰] 사이먼 존슨 美 MIT 경제학 교수

"유로존 위기, 강력한 재정 통합·역내 통제권 확보가 해법"



● 유럽
퍼주기식 지원 도움 안되고 또다른 모럴해저드 초래
유럽 지도자 리더십 부족… 초기대응 늦어 사태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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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은행 방만한 경영이 문제… 대형은행 해체로 가야
분배체계·인적자원 개발등 자본주의 문제점은 보완을
"위기국가에 대한 퍼주기식 자금지원은 사태를 진정시킬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또 다른 모럴해저드를 초래할 것입니다. 유로존은 역내 재정통합을 실현하고 재정적자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사이먼 존슨(49ㆍ사진) 미 MIT 경제학 교수는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해결하자면 보다 강력한 통합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슨 교수는 글로벌 경제ㆍ금융위기에 대한 폭넓은 연구와 남다른 식견으로 주목받는 경제학자다. 유로존의 채무위기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쏟아지는 자문과 인터뷰ㆍ기고 요청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그는 유로존의 채무위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3년 동안 배운 게 없다"며 "유럽 지도자들의 결여된 문제인식과 부족한 리더십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질타했다. 존슨 교수는 미국 역시 금융위기 이후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여전히 위기재발의 우려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워싱턴 정치권력과 월가 금융세력의 유착관계를 단절하고 궁극적으로 대형은행들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초대형 은행들을 '파산해도 국가와 국민에게 큰 타격을 주지 않은 작은 은행'으로 되돌려놓자는 것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 캠브리지에 위치한 MIT 연구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유럽의 강국 이탈리아가 채무위기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달하는 1조9,000억유로의 막대한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그리스 등과 달리 약간의 채무재조정도 고려할 수 없다고 봅니다. 만약 이탈리아 국채의 신뢰성이 훼손된다면 모든 유럽 국가의 국채가 재평가받는 상황에 몰리게 될 것입니다. -유럽 국가들의 채무위기가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유럽 국가들의 초기대응이 늦었고 미약했습니다. 위기진화를 위한 구제금융 패키지는 계속 한발씩 늦었습니다. 유럽 지도자들의 문제인식과 리더십에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를 부흥시킨 샤를 드골이나 '라인강의 기적'을 이끈 콘라트 아데나워가 보여줬던 비전이나 직관력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3년이 흘렀지만 각국들의 재정건전화를 위한 조치들이 거의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간만 낭비한 셈입니다. -유로존의 위기로 세계가 대공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를 했는데요. ▦이탈리아 정부 채무의 44%는 외국인들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탈리아가 채무불이행 등 최악의 사태에 빠진다면 우선 프랑스가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프랑스 은행은 이탈리아 국채 1,050억유로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도 스필 오버(spill over)로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신흥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이러한 외부충격에 견딜 만한 체력을 비축하지 못했습니다. -위기를 진화할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요 ▦독일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전면에 나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을 지원하는 데 동의한다면 사태는 가라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역내 물가를 2%선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해오면서 신뢰를 받고 있는 ECB는 통화를 창출함으로써 막대한 지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결함이 있는 방안입니다. 또 유럽을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모럴해저드의 또 다른 형태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서는 역내 재정통합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 유로존 차원의 조세수입과 재정적자에 대한 통제권이 요구됩니다(존슨 교수는 이 부분을 얘기하면서 1789년 미국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정책이 참고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로존이 해체의 길을 갈 것이라는 비관론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스ㆍ포르투갈의 입장에서 보면 유로존 탈퇴의 유혹을 느낄 만합니다. 그러나 유로존이 채무위기를 겪으면서 해체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비관적이고 단편적인 근거에 의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유로존이 현재와 똑같은 형태로 존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재정을 통합 관리하는 재정공동체(fiscal union)와 이보다 느슨한 동맹체제 등 두 가지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유로존 채무위기와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을까요. ▦은행들의 행태입니다. 유럽은 정부 부채가 문제인 반면 미국은 모기지가 위기의 근원이었습니다. 은행들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형태만 다른 부실채권을 사들였던 것입니다. 리스크를 떠안을 줄만 알았지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는 서툴렀습니다. -미국 문제로 넘어가죠. 일찍부터 대형은행들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유가 있습니까. ▦금융개혁을 통해 위기의 빈도를 낮출 수 있게 됐지만 마법 탄환은 아닙니다. 치료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에서 '대마'를 없애야 가능합니다. 20년 전만 해도 미국에는 대형은행들이 없었습니다. 1980년대 이후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은행들은 리스크를 더 떠안으려 했으며 덩치를 키우는 데 골몰했습니다. 은행들은 정치권력을 돈으로 매수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이끌어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차도 은행가들을 보호해줬습니다. 이러한 유착의 고리를 끊고 대형은행들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놓아야 합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금융규제 완화를 후회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토마스 회니그 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많은 사람들이 대형은행을 해체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두 달째 계속되고 있는 (反)월가 시위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결국 일자리 문제입니다. 많은 미국민들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일자리를 잃었고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은 유럽에 비해 소득불균형이 심하고 사회안전망도 약했지만 국민들은 기회의 나라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금융위기를 일으켰던 은행들은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여전히 부유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불공정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월가 시위가 미국의 개혁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사회적인 정서가 개혁으로 연결되려면 분노-조직화-선거의 단계를 밟아야 합니다. 티파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반월가 시위는 아직 초창기여서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워싱턴의 정치가들은 일순간 지나가는 광풍으로 여기고 있겠지만요. -이번 시위와 관련해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한 체제는 없습니다. 대칭점에 서 있는 사회주의는 이미 실패했습니다. 자본주의는 유연한 체제입니다. 분배체계를 고치고 인적자원 개발 기회를 확대하는 등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유지해나갈 것으로 봅니다. -달러화의 미래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달러가 기축통화인 것은 미국에는 행운이었습니다. 한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 등 많은 수출국가들이 달러를 원합니다. 미국은 그동안 돈을 남들보다 훨씬 싼 가격에 빌릴 수 있었습니다. 이는 미국의 문제를 싼값에 고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이 기회를 놓쳤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달러화가 계속 기축통화가 될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중국의 위안화가 대안이 될 수도 있고 달러ㆍ유로ㆍ위안화 등이 한꺼번에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지금처럼 세계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경제적인 영향력도 감퇴된다면 그 시기는 아마도 20년 후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금융·정치 결탁이 위기 촉발" 주장 세계적 논란 불러
■ 화제의 저서 '13뱅커스' 사이먼 존슨 교수는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는 학자는 아니다. 그는 MIT의 교수이면서 워싱턴의 유명 싱크탱크인 피터슨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이기도 하다. 또 '베이스라인 시나리오(Baseline Scenario)'라는 경제 블로그를 통해 세계경제 이슈를 분석해왔으며 뉴욕타임스ㆍ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유수의 언론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그에게 이렇게 많은 일들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냐고 묻자 "모든 일들이 내가 옳다고 믿는 바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맥 상통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답한다. 그는 지난해 미국 금융의 역사를 민주주의와 거대 금융 간의 대결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13뱅커스'를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의 컨설턴트인 제임스 곽과 공동으로 출간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금융과 정치권력이 결탁한 금융과두제(financial oligarcy)에서 촉발됐다고 주장한다. 즉 월가는 '금융에 좋은 것이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금융 이데올로기를 구축하고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규모를 키워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할 수 없을 정도의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결국 금융위기를 일으켰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위험한 은행가(이퍼블릭 출판)'라는 제목으로 이달 중 한국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존슨 교수는 "금융위기는 미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전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글로벌 금융ㆍ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한국도 이러한 문제를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이 한국계 미국인이며 지난 1997~1998년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한국에 대한 관심도 깊다고 말했다. ▦1963년 영국 셰필드 ▦영국 옥스퍼드대 졸업, MIT 경제학박사 ▦2001~2002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문위원 ▦2006~2007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2007~2008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2004~현재 MIT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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