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 리뷰] '라디오 스타'

'한물간' 가수의 따뜻한 제2인생 찾기


각박한 도시. 피도 눈물도 없는 이 치열한 생존경쟁의 세계를 어느날 훌쩍 떠나 새로운 곳에서 여유로운 삶을 꾸려보면 어떨까. 사랑하는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고 서로의 정을 나누면서. 그렇게 하면 인간에 대한 새로운 애정이 새록새록 피어 오르지 않을까. 영화 ‘라디오스타’는 예기치 못하게 도시를 떠난 록가수가 정이 넘치는 새로운 공동체 속에서 새 삶을 찾는 이야기다. 한물간 록가수 최곤(박중훈). ‘비와 당신’이라는 불후의 명곡을 남기고 88년 가수왕까지 차지했던 왕년의 인기가수이지만 이제는 대중에게서 철저히 잊혀진 존재다. 한때 일류였던 그는 대마초, 폭력 사건 등으로 서서히 무너져 가며 도시 속에서 서서히 삼류로 전락해 간다. 그런 그의 옆에는 동고동락하며 철없는 사고뭉치를 20년 동안 지켜준 매니저 박민수(안성기)가 있다. 또 다시 폭행사건에 휘말린 최곤의 합의금 마련을 위해 박민수는 어렵게 일을 구해 온다. 그 일이란 작은 지방 도시 영월의 라디오 DJ. 이제 영월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아직도 자신을 스타라고 생각하는 철없는 록가수와 그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 좋은 매니저는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된다. “무능한 매니저 때문에 별걸 다한다”면서 투덜대던 최곤. 처음엔 의도적으로 태업도 하고 생방송 중 전화 연결한 후배 가수와 욕설을 하며 싸우기까지 하면서 일에 대한 애정을 보이지 않던 그는 따뜻한 영월을 사람들과 조금씩 소통하면서 변해 간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항상 자신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준 박민수와의 우정을 깨닫게 된다. 영화 속 영월이라는 공간은 도시인들이 늘 꿈꿔 오던 도피처요 안식처 같은 공간이다.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작은 일도 서로 관심을 가져주는 그 정감어린 곳의 풍광을 감독은 도시의 각박한 모습과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감독은 이 과정을 통해 도시인들이 잃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감독은 이러한 메시지를 교조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웃고 즐기는 가운데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역시 ‘왕의 남자’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그 내공은 어디 가지 않는다.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생동감과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인물들이다. 최곤과 박민수부터 방송국 강피디(최정윤)와 방송국 박기사(정석용) 등 방송국 식구들, 귀엽고 살가운 터미널 앞 청록다방 김양, 오지랖 넓은 중국집 배달원, 농협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꽃집 노총각, 청록다방에서 빈둥대는 철물점과 세탁소 아저씨들, 고스톱으로 소일하는 동네 할머니들, 늘 요란한 복장으로 좌충우돌하는 영월 유일의 록밴드 이스트리버 등 착하고 티없이 맑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절로 행복해 진다. 주연배우 박중훈, 안성기의 내공과 이런 인물들을 담백하게 표현해낸 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한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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