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안보 불감증 아닌 논리적 사고 덕분"

■평소처럼 차분한 시민들 왜?<br>북한 정보 접하는 기회 많아<br>반공교육 받은 구세대보다는 젊은층 합리적 행동 뛰어나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의 사망이 공식 확인된 지난 1994년 7월9일 우리 사회는 전쟁 발발에 대한 불안감으로 슈퍼마켓의 라면이 동 나는 등 사재기 열풍이 크게 불었다.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17년 만에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지만 시민들은 차분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북한 정권에 대해 접하는 정보가 훨씬 많아지면서 과거와 달리 충동보다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 이틀째인 20일 오후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결 같이 전날의 충격에서 벗어나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이어갔다. 회사원 서모(27)씨는 "어제 뉴스 속보가 나올 때만 해도 직원들 사이에 불안과 긴장감이 있었지만 오늘은 평소와 똑같은 분위기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구모(61)씨도 "어제까지는 북한에 무슨 일이 나는 것 아닌가 다들 걱정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오히려 잘됐다. 차기 지도자 김정은이 좀 더 개방적이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차분해졌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의 반응은 더욱 차분하고 논리적이었다. 한국외대 대학생 우보경(24)씨는 "전쟁 공포는 전혀 없다"며 "김정은 후계자 체제가 어떨지 궁금하다. 사회체제에 빈틈이 있는 시점에 사망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학생 황정일(26)씨는 "김정일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아프다는 소리는 오래 전부터 들리지 않았느냐"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역대 대통령 두 분이 돌아가신 사실을 떠올리면서 '한 세대를 풍미하던 지도자들이 때가 되니 별세하는구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민들의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다. 과거 김 주석 사망 때는 지금과 달리 정보의 양도 적었고 유통도 잘 이뤄지지 않아 논리보다 감성이 우위에 있었다면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는 것이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주석이 죽었을 때 우리 사회를 휘감았던 전쟁의 공포는 남북관계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해 발생한 측면이 크다"며 "물론 현재도 북의 도발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지만 확률이 낮다. (지금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은) 경험에 따른 지식이 쌓여 시민들이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과거보다 정보의 양이나 유통채널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번 김 위원장 사망 소식도 충격이 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국민도 북한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라며 "그 결과 북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안보의식이 떨어진다고 비판 받는 젊은 층도 사실 따져보면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이 과거에 반공교육을 받은 구세대보다 뛰어나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젊은 세대의 안보 불감증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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