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새무얼슨
월스트리트의 주가는 한주 한주가 지날수록 가차없이 떨어지는 중이다. 이중 몇몇 기업의 주가 하락은 지난 95~2000년 사이의 하이테크 버블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경제학은 상승 거품에 뒤이어 꺼지는 거품이 따라온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일부 금융 부문의 취약성은 기업 최고경영진들에 의한 수익 부풀리기가 드러난 것과 관련이 있다. 이는 일반 주주들과 신주 매수자들, 그리고 일자리를 잃고 미래의 퇴직연금을 날린 직장인들을 희생시켰다. 미국 정부 역시 세수가 줄어들게 됐으며 시장자본주의 자체의 효율성과 명성도 훼손당했다.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도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25개월 전 미국의 시장자본주의 시스템은 전세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것은 다 꿈이었던가.
단지 거짓말에 불과했던 것인가.
존경받던 회계 전문가들 모두가 갑자기 바보가 됐다는 말인가. 새 천년이 시작되면서 그들에게서 기본적인 윤리의식조차 사라져버린 것인가.
30년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을 시행하면서 기업과 금융기관의 공정하고도 경쟁적인 행동을 위해 창설한 정부 규제기관들과 검사, 그리고 판사들은 어디에 있었던가.
친(親)기업적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은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에 있는 몇몇 썩은 사과들을 찾아내 이들을 오랫동안 감옥에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믿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은 둘 다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에 규모만 작았지 엔론ㆍ월드컴ㆍ아델피아와 같은 거대 기업들이 비밀리에 했던 것과 같은 수법으로 돈을 벌었다. 또 사실대로 말하면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제너럴일렉트릭(GE)은 잭 웰치 전 최고경영자(CEO)가 기술적으로 실적발표를 하고 기회주의적으로 합병회계를 한 결과 그 같은 평판을 얻게 됐다.
경제학은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을 잘 파악하고 있다. 7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경제적 거래의 '불균형 이론'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해의 충돌'에 대한 분석으로 상을 받았다.
(이들의 이름은 조지 스타이글러, 로널드 고우스, 윌리엄 비크리, 조세프 스티글리츠, 존 힉스, 제임스 멀리스, 케네스 애로우 등이다)
우선 부시와 체니는 최근에 드러난 반사회적 행동들이 법을 어긴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정책 입안자인 지금의 부시와 체니는 86년의 부시와 98년의 체니가 반사회적으로 부를 증식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보낼 수 없다. 중요한 사실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우파 및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로비 세력에 대해 적용되던 예전의 법과 규칙이 사실상 희석됐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유능했던 아서 레빗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5대 회계법인들의 연고주의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회계감사 업무와 컨설팅 업무를 함께 하던 이들 회계법인은 기업과 유착, 느슨한 감사를 해왔다. 앤더슨 그룹의 경우 엔론으로부터 회계감사 비용의 10배에 달하는 컨설팅 수수료를 받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올해 부시 대통령은 5대 회계법인 모두의 고객으로 활동하던 변호사 출신 하비 피트를 SE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피트 SEC 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 발언은 강력한 SEC가 아닌 '부드러운' SEC가 되겠다는 약속이었다.
내부자 거래는 미국 법에서 오랫동안 금지돼왔다. 80년대 말~90년대 초 월가에 평지풍파를 불러일으켰던 이반 보이스키는 내부자 거래 혐의로 수갑을 차고 감옥에 갔다. 부시 대통령 시대에는 CEO의 골프 파트너나 손톱을 정리해주는 사람이 하룻밤에 부자가 될 수 있다.
경영대학원을 2년째 다니는 학생이라면 기업 경영진들의 스톡옵션이 경제원칙에 따라 어떻게 처리돼야 하는지 안다. 웰치가 1,000만달러 상당의 GE 스톡옵션을 받았을 때 그는 이에 대한 소득세를 한번에 냈어야 했으며 회사는 이를 한번에 비용으로 처리했어야 했다. 모든 대형 도시의 회계사들은 수습기간 중 이를 배운다.
이제 다 된 것인가. 아니다. 곧 강력한 법안이 탄생할 것인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법안에 반대하는 로비가 치열해지고 있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가. 그렇다. 일반 대중들은 실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80년대에 직장인 평균 월급의 40배를 받았던 CEO들이 올해에는 400배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스톡옵션 때문이다.
누가 이 같은 '공짜 점심'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가. 주주들은 그들이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MS)나 GEㆍ월드컴의 주식이 이처럼 투명하지 못한 방법으로 대량 희석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시카고 학파 경제학자들은 스톡옵션이 CEO들이 주주들의 이익에 신경을 쓰도록 유도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라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스캔들은 스톡옵션이 CEO들이 기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기보다는 기업을 결국 파산시키는 일을 하게끔 유혹하는 데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업원들과 채권자들이 괴로워하는 동안 거짓 실적을 만들어내고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풋내기들에게 팔아먹는 것이 바로 스톡옵션 게임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의회와 대통령은 적절한 스톡옵션 회계법안에 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법안은 불투명한 회계장부상의 부채와 실체가 없는 매출을 지어내는 것을 금지하고 법을 어기는 경영인과 회계사ㆍ브로커ㆍ은행가ㆍ변호사들에게 신속하고 분명한 민ㆍ형사상의 형벌을 가해야 한다.
망가진 시스템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스템은 크게 향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