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靑-정부 '경제위기 메시지' 오락가락

5일 "너무 민감"… 8일 "서바이벌 게임"… 9일 "신중해야"… 10일 "글로벌 위기"…<br>시장 참가자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혼란


청와대와 정부의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경제위기 메시지가 오락가락하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5일 미국경제의 더블딥 우려로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경제부처 실무급 간부들이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후 청와대는 국제금융시장의 변화에 취약한 우리 금융시장의 경우 일시적 현상인 만큼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주말 이후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주식시장이 재차 폭락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민관합동 긴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현상황을 서바이벌 게임에 비유하며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 동향도 세밀하게 봐야 한다고 지시했고 청와대 경제라인은 시장의 심리불안을 우려하며 발언을 자제했다. 이런 청와대의 '신중기조'는 시장의 폭락이 이어진 9일까지 그대로 유지됐다. 정부가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여는 것 자체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청와대와 정부 경제라인은 그야말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수준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러나 이런 신중기조는 10일 돌변했다. '비상'이라는 말을 극도로 아꼈던 청와대와 정부는 이날 예정에 없던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어 최근 상황을 '글로벌 재정위기'로 규정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포퓰리즘 성격의 정책을 겨냥한 듯 내년 예산기조 전면 재검토라는 초강수를 띄웠다. 내년 예산안 국회 제출이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예산편성 기조변경을 지시할 만큼 위기라는 점을 공인한 셈이다. 여기다 이번 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경제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비상대응을 주문했는데도 경제 컨트롤타워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속 '불안감 해소'에 집중하며 엇박자를 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막연한 불안감에 (시장이) 과민반응을 보인다'며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과 몇 시간 전 예산기조를 바꿀 만큼 호들갑을 떨던 데서 불안감 해소로 입장이 또 달라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대통령과 경제라인의 조변석개(朝變夕改)식 메시지에 불만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봤듯이 시장은 정부의 말 한마디, 회의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차분하게 대응하라고 하면서 정부가 좌불안석인 모습은 결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이날 시간대별 종합주가지수는 오전11시 이후 반등세를 보이다 오후2시 정부의 비상경제대책회의 예고에 놀란 듯 정오부터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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