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당국 환율정책 엔화중심 운용 의미

◎“수출경쟁력 「엔」과 더 밀접”/엔 약세땐 일 상품 가격 싸져 수출 큰 타격/“1불=900원 마지노선 아니다” 판단도외환당국이 평소에는 언급을 극히 꺼리는 환율에 대해 「업계 입장」을 내세우며 간접적으로 운용방향을 밝힌 배경은 일부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위기가 환율 급변으로 연결돼 전반적인 금융교란 상황으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국이 환율정책에 관한 입장을 간접 화법으로 실수요자인 금융기관과 기업들에 전달함으로써 위기를 틈탄 투기세력의 시장 흔들기를 막자는 취지로 보인다. 외환당국의 입장은 간단하다. 원·달러환율의 안정에 치중하던 환율정책을 원·엔환율의 안정과 원·달러환율의 안정을 동시에 고려하는 쪽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원·엔 환율을 함께 고려하다 보니 원·달러환율의 변동폭이 다소 확대될 소지가 있지만 그때문에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당국이 원·엔환율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보다 무역적자 축소때문이다. 원·달러환율이 무역업체의 채산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원·엔환율은 일본상품과 경합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과 관계가 높다. 달러대비 엔화환율이 몇달새 7∼8%씩 급변하는 상황에서 엔화는 고려하지 않고 달러대비 원화환율에만 신경을 쓸 경우 엔화가 갑자기 약세로 돌아서면 상대적으로 일본 상품의 가격이 우리 상품보다 싸져 회복기미를 보이는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업계주장을 빌려 1백엔당 원화환율이 7백60∼7백80원이면 일단 적정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달러대비 원화환율이다. 원화환율은 지난 4월이후 달러당 8백90원선에서 5개월 가까이 안정세를 보여왔다. 반면 그동안 국제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에 대해 급등락을 반복했고, 당연히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대비 엔화환율이 1백엔당 7백2원(4월)에서 1백엔당 7백75원(5월)까지 급변했다. 엔화환율의 이같은 급등락을 막으려면 달러대비 원화환율 변동폭이 확대돼 단기적인 충격을 흡수해 줘야 한다. 물론 장애물이 있다. 엔화환율 변동에 신속히 원화환율을 조율하려면 달러당 원화환율이 일시적으로 9백원을 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당국이 달러당 9백원을 마지노선으로 여긴다고 보는 분위기다. 따라서 원화환율이 한때 9백원을 넘을 경우 환율상승을 기대한 투기세력의 공격과 실수요자들의 가수요가 겹쳐 외환위기가 실제화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날 『9백5원 안팎을 적정환율로 보는 시각이 정부내에도 있다』고 언급한 것은 9백원이 반드시 마지노선이 아니므로 한때의 변동으로 동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또 금명간 이같은 상황이 현실로 닥칠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환당국은 현재의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조만간 달러대비 원화환율이 8백90원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들어 지금까지 종합수지가 흑자를 기록중이고 앞으로도 외환유입 규모가 커 순수한 수급요인만으로 볼 때는 원화절상(환율하락)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무역수지 적자가 축소될 때까지 원화절상(환율하락)을 막는 정책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당국은 당분간 시중에 공급되는 달러를 흡수, 외환보유액을 최대한 늘린다는 생각이다. 다소 부족한 외환보유액을 확충해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불식시키면서 원화절상(환율하락)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경원의 한 당국자는 외환매입에 따른 통화팽창과 관련, 『연초에 밝힌 통화공급목표를 고려할 때 현재 MCT여력이 18조원가량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총통화(M2)는 신경쓰지 말라』고 덧붙였다. 통화량보다 환율과 금리안정에 통화정책의 우선목표를 두겠다는 의미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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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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