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제임스 한(32ㆍ한국명 한재웅)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매력적인 늦깎이 신인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제임스 한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ㆍ6,816야드)에서 끝난 PGA 투어 AT&T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대회(총상금 650만달러)에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3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나섰던 그는 이날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인 데 그쳐 순위가 밀렸지만 자신은 물론 올 시즌 한국(계) 선수 중 최고 성적을 수확했다. 최종합계는 14언더파 272타.
공동 선두로 출발한 브랜트 스니데커(33ㆍ미국)가 19언더파를 기록, 크리스 커크에 2타 앞서 우승을 차지했고 케빈 스태들러와 지미 워커(이상 미국)가 제임스 한과 나란히 공동 3위에 올랐다.
올해 정규투어에 입성한 제임스 한은 이번까지 5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컷을 통과하는 안정된 기량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휴매너챌린지 공동 4위에 이어 두 번의 톱10 입상을 모두 5위 이내로 장식했다. 상금도 10위(69만달러)에 랭크됐다. 실력뿐 아니다. 지난주 피닉스오픈 최종라운드 때는 '콜로세움'으로 불리는 16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은 뒤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는 쇼맨십으로 갤러리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2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제임스 한은 지난해 PGA 2부 투어 상금랭킹 5위에 올라 올해 뒤늦게 데뷔했다. 2003년 버클리대 졸업 후 부동산 중개인 등의 일을 하다 3년여 만에 골프채를 다시 잡은 독특한 이력도 눈길을 끈다.
이날 제임스 한은 4번홀까지 스니데커와 대등하게 맞서 또 한 번의 '말춤 세리머니'를 기대하게 했다. 스니데커가 이글을 잡은 2번홀(파5)에서 비슷한 3m 거리의 이글 퍼트를 놓쳤지만 4번홀(파4)에서는 버디를 교환했다. 기세가 밀리기 시작한 것은 5번홀(파3). 티샷을 왼쪽 벙커에 빠뜨려 보기를 범한 후 16번홀(파4) 버디가 나오기까지 지루한 파 행진에 그친 반면 스니데커는 4타를 더 줄여 정상까지 치달았다.
지난해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000만달러를 챙긴 스니데커는 이번 시즌 첫 승이자 통산 5승째를 거뒀다. 스니데커는 2주 전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에서 타이거 우즈, 지난주 피닉스오픈에서 필 미컬슨(이상 미국)에 각각 우승컵을 내줬지만 최근 3주간 준우승-준우승-우승의 절정의 샷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치른 19라운드 중 이번 대회 나흘을 포함해 무려 16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쳤다. 우승상금 115만2,000달러(약 12억6,000만원)를 받은 그는 세계랭킹도 6위에서 4위로 끌어올렸다.
제임스 한은 "그동안 출전했던 대회 가운데 최고였다"고 소감을 밝히고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지만 스니데커와 경기하면서 퍼트 등 배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2주 연속 우승을 노린 디펜딩 챔피언 미컬슨은 공동 60위(1언더파)에 그쳤고 데뷔전에 나섰던 최연소 퀄리파잉(Q)스쿨 합격자 김시우(18ㆍCJ오쇼핑)는 전날 컷오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