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어른들의 소풍이죠. 부푼 가슴으로 잘 알지 못하는 곳에 나서는 기분은 최고입니다. 푸른 잔디와 하늘ㆍ바람ㆍ새 소리ㆍ향기…. 골프 자체보다는 골프장에 먼저 매료됐습니다.” 만화가 이현세(51ㆍ사진)씨는 “만화가라는 직업은 언제 어떤 자료가 필요할지 몰라 늘 책상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행동의 제약이 많다”며 “골프장은 자유를 준다”고 ‘필드 예찬론’을 폈다. 골프 자체보다 골프장에 먼저 호감을 느낀 것은 골프와의 첫 만남 때문일 듯도 했다. “한 20년 전쯤 미국 플로리다의 친구집에 놀러 갔는데 마침 추수 감사절이라 할 일이 없어 골프장에 가게 됐다”는 그는 “채도 잡아본 적 없이 무작정 나서 볼 40~50개는 족히 잃어 버리며 이틀을 라운드하고는 골프라는 게 엄청난 노동이라는 생각만 했다”고 한다. 카트를 타고 인적 드문 코스를 누비는 자유로움은 오래 남았지만 그 후 7~8년 동안 골프 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말. 이어“서울에서 친구가 실내 연습장을 여는 통에 얼떨결에 등록을 하고 클럽을 다시 잡았다”면서 “구력이 13~4년쯤 된다”고 했다. “천성적으로 정해놓고 뭘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연습은 맘 내킬 때 한번씩 했다”는 그의 실력은 “매주 2~3번씩 라운드 했던 2005년에 2오버파까지 쳐봤다”는 정도. 요즘도 싱글 핸디캡 스코어는 너끈하다는 것이 주변의 말이다. “상상한 대로 볼이 날아가면서 골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며 이 씨가 밝힌 싱글 핸디캡의 비결은 “손을 많이 써서 그런가 쇼트 게임이 괜찮다”는 것. 그러나 그 뒤에는 “내기로 터득한 마인드컨트롤”능력이 있다. 그는“파-파-버디로 잘 나가도 꼭 한번씩 OB를 내고 몰락해 친구들이 겁내지 않았다”면서 “실수를 곱씹으며 자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숱한 아픔 끝에 “잘못을 인정한 뒤 빨리 잊고 다시 리듬을 찾는” 자기 통제 법을 익혔다고 한다. 그가 요즘 씨름하고 있는 것은 비거리에 대한 갈등이다. “어느 순간 거리가 줄면서 나이 먹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스윙이 잘못됐나, 체중이동이 안됐나 뭐 그런 생각을 한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나이를 잊고 마지막까지 이글을 꿈꾸게 하는 것이 골프의 매력”이라는 그는 “골프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편 J골프 매거진의‘골프 이즈’코너를 맡고, 만화‘버디’를 그리는 등 최근 일로도 골프를 접하고 있는 이 씨는“골프만화 ‘버디’에서 재능을 타고난 혜란이가 미셀 위를 모델로 했다면 노력파 미수는 박세리나 김미현을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