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갈채받는 대통령


지난 토요일(3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데리고 모처럼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2위 자리를 지키려는 롯데 자이언츠와 4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는 LG트윈스 간 빅매치를 보려는 관중들로 잠실야구장은 그야말로 대만원이었다.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양팀 관중들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지던 중 4회 초가 끝난 뒤 전광판에 키스타임을 알리는 메시지가 떴다. 다정한 연인들이 키스를 하는 장면에 연신 환호하던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갑자기 외야 전광판에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의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 김 여사는 부끄러운 듯 가벼운 뽀뽀로 넘어가려고 했지만 관중들의 함성소리에 이 대통령은 그만 김 여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고 말았다. 대통령의 정열적인 키스에 관중들은 '어머머머' 놀라기도 하고 '와우'하며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멋져, 멋져'라며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팬들의 사인요청에는 깜찍한 V자를 그리며 포즈까지 취하는 등 '근엄한' 대통령이 아니라 '친근한' 아저씨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잠실야구장은 롯데와 LG팬을 떠나, 여당과 야당 지지자를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열광했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줬다. 밤늦은 시간 기자는 잠실야구장을 빠져 나오면서 이 대통령이 경제분야에서도 빈부(貧富)를 떠나, 지역을 가리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잠실야구장의 화려한 함성 이면에는 치솟는 물가와 전세난으로 신음하는 서민들이 있고 급증하는 가계부채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국민들이 있다. 지난 8월까지 물가상승률은 4.5%로 정부 전망치 4.0%를 웃돌았고 앞으로 대중교통, 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도 도사리고 있어 서민경제를 더욱 옥죄게 될 게 뻔하다. 900조원에 달한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70%를 넘어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보다 높은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브레이크가 망가진 급행열차처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세난ㆍ가계부채ㆍ물가 등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비틀거릴 수 있다. 이 대통령의 키스가 잠실구장에서만이 아니라 한국 곳곳에서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도록 각오를 되잡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기자만의 기우(杞憂)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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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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