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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인사이드] 석유종말론의 실체
석유 고갈 견해 많이 나오지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아
한국일보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로 ‘‘석유 종말론’이 확산되고 있다. 석유 생산량은 이미 정점(peak)을 지났으며 조만간 석유 공급 부족 시대가 도래해 세계 경제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비관론이다. 1990년대부터 전세계적인 그린 에너지 개발 열풍은 이에 기인한다. 대체에너지 개발로 석유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통계를 조작해 석유 비축량 예상치를 부풀렸다며 훨씬 빠른 시간 내에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석유 종말에 살아남는 법’ 등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석유 고갈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치는 강좌 등이 인기라는 보도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석유가 없는 시대가 눈앞에 닥친 듯한 분위기다.
과연 그러할까. 오일&가스 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전세계 원유 추정 매장량은 213조2,000억ℓ다. 현재 전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이 135억ℓ에 달한다고 볼 때 향후 약 43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보자. 화석에너지 전문 사이트 ‘피크오일뉴스’에 따르면 1882년 원유 추정 매장량은 150억ℓ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1926년 715억ℓ로 증가했으며 다시 불과 6년만인 1932년 1조5,900억ℓ로 수정됐다. 추정 매장량은 계속 증가해 1944년 2조1,800억ℓ, 1950년 15조9,000억ℓ, 1993년 약 150조ℓ까지 껑충 늘어났다가 현재 213조2,000억ℓ에 이르렀다. 이는 달리 말해 수십년 동안 석유 소비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석유 매장량을 줄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 사이트는 석유개발 전문가의 말을 인용 “추정 매장량은 경제적, 기술적 조건을 따져 현재 파낼 수 있는 양을 수치로 환산한 것”이라며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할 수 있는 양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북극해, 미국 근해, 브라질 연안 등 거의 매년 새로운 유정을 발굴해냈듯 측정 및 시추 기술 발달로 전에 없던 매장 원유까지 파악해 시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1986년 IEA 등은 그로부터 약 40년 후면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2009년 추정 매장량 조사와 생산량 추이에 따라 석유종말 시기는 40년이 더 늘어났다. 여기에 액체 형태의 석유를 제외하고도 이판암, 석탄, 타르샌드와 같은 화석에서도 기술이 발전하면 수십조ℓ에 이르는 액체 석유를 추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석유 종말론’은 최신 기술로도 매장량 측정이 쉽지 않은 데다가 유가에 따라 생산량을 달리하는 산유국의 생산량 조절, 대체 에너지 산업 활성화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만들어낸 거짓이라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로부터 20년이 지나도 또 다시 석유종말 시기는 40~50년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단순한 유머로 받아들이는 전문가들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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