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컬럼] 미국 금리인상의 속도

손성원 美웰스파고은행 부행장

미국 중앙은행은 어느 정도의 속도로 금리인상에 나서게 될까.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금리 수준은 장기적인 가격 안정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과도한 유동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크게 높일 것이다. 경기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억제하지도 않는 중립적인 금리는 어느 수준일까. 중립적인 금리 수준을 산정하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명목 경제성장률과 연방기금 금리간의 역사적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하면 중립적인 금리 수준은 현재의 1.5%보다 훨씬 높은 5% 내외가 돼야 한다. 중립적인 금리 산출을 위한 다른 방법으로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금리, 즉 실질금리를 기준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실질금리가 제로에 가까울 경우 통화정책은 중립적일 수 있다. 오늘날 실질연방기금 금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이런 사실은 금리가 더 올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립적 금리를 3~5% 범위의 중간인 4%로 잡을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오는 2005년 말까지 여기에 도달하고자 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의 경제여건이 금리인상을 계속 용인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가장 그럴듯한 것은 FRB가 두 단계로 나눠 중립적 금리 수준에 도달하는 경우다. 첫번째 단계는 연방기금 금리를 2%까지 올리면서 과도한 유동성을 줄이는 단계다. 21일로 예정된 회의를 포함해 올해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세번 남아 있다. 9월 회의에 이어 11월10일 열리는 회의에서도 FOMC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고 12월14일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연휴기간에는 금리인상을 꺼려왔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경제상황을 좋게 본다면 긴축정책의 2단계는 내년 2월1~2일 열리는 FOMC에서 시작될 것이다. 두번째 단계의 임무는 연방기금 금리를 가급적 중립적 금리 수준인 4%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FOMC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는 경제상황과 인플레이션에 달려 있다. 모든 것이 좋게 움직인다면 중앙은행은 내년에 8차례나 열리는 FOMC 회의에서 매번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다. 물론 경제상황과 인플레이션이 여기에 맞게 움직일 것이란 점은 기정 사실화된 결론이 아니다. 심지어 최근 미국경제조차 일시적 경기침체(soft patch)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세계경제의 움직임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침체는 이들에 대한 수출이 나머지 국가들의 경제성장의 주요 원천이 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중요한 변수다. 고유가 역시 걱정거리다. 나머지 국가들 대부분이 제조업 중심이어서 에너지 의존도가 심하고 결과적으로 고유가에 매우 민감한 상황이다.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도 우려사항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조달해야 할 자금 규모가 큰 개발도상국들에는 더욱 그렇다. 그 동안 선진국들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많은 투자펀드들은 이머징마켓의 고수익 상품에 몰려들었지만 오늘날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큰 투자상품을 회피하고 있다. 중국은 경기 연착륙을 위해 투자 거품을 제거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지만 경착륙 가능성은 여전하다. 일본과 한국의 경우 지난 2003년 수출 증가율의 45% 정도가 대(對)중국 수출로부터 나왔다. 중국이 비틀거릴 경우 동아시아는 심각한 고통을 당할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에서조차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대한 수출이다. 여전히 과도한 생산시설과 높은 인건비는 이들 지역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와 고용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 이들 국가의 경제가 소강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미국경제는 견고한 토대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경우 그린스펀 의장이 4%의 중립적 금리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다 길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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