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주택 신규분양시장 '나홀로 호황'

저금리에 부동자금 몰려 과열주택시장이 기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말 이후 기존 주택이나 분양권 거래 시장이 사그러들면서 지역적으로는 가격 하락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독 신규분양시장만 넘치는 수요자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미국 테러사태의 영향에도 아랑곳 없이 각 아파트 청약접수창구에는 수요자들의 줄서기가 계속되면서 지난 9차 서울지역 동시분양에서는 21대1로 IMF이후 사상 최고치의 평균경쟁률 기록까지 낳았다. 더욱이 장기적인 주택가격이 약보합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신규분양 열기가 지속되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 '이상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불안하기만 한 신규분양시장의 나홀로 열기 지금까지 신규분양 시장의 활성화에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신규분양아파트 가격이 기존 아파트 가격을 크게 웃돌지 못하는 탓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 없이는 섣불리 수요자가 몰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분양시장 열기는 이 같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배제돼 있다. 10월들어 서울ㆍ수도권 일대 기존 아파트와 분양권 거래동향을 보면 집값 오름세가 멈춰섰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하락세로 돌아서는 곳도 나타나고 있는 것. 부동산플러스가 조사한 주간 시세동향에 따르면 신도시지역의 49평형 이상 대형아파트 상승률이 마이너스 0.06%를 기록했으며 서울에서도 강동구가 한주간 0.12%의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거래의 경우 대형아파트뿐 아니라 중ㆍ소형평형에서도 매기가 급격히 줄어들어 중개업소에 조금씩 매물이 늘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가 부동산 전문가 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역시 낙관적이지 못하다.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응답이 전체의 58.3%를 차지했으며 38.3%는 실물경기가 살아나야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 시장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리가 과열의 원인 신규분양시장의 이 같은 과열현상은 부동산 시장 보다는 외부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은행 수신금리가 제로인 상태이다 보니 떠도는 돈들이 신규분양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주식 등 다른 투자상품과는 달리 아파트 청약의 경우 최소한 원금손실은 없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끄는 요인이다. 당첨만 되면 작게는 몇백만원에서 크게는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는데다 설사 프리미엄이 붙지 않더라도 계약을 안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 등에는 일반 아파트와는 달리 '청약통장 가입'이라는 자격제한조차 없어 더욱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초기 프리미엄 함정 많다 문제는 이 같은 초기 프리미엄이 수요-공급의 균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 형성된 웃돈이다 보니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가격이 뚝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초기 분양 당시 7,000만~8,000만원까지 치솟았던 서울 잠실동의 G주상복합의 경우 프리미엄이 지금은 2,000만~4,000만원선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수요가 없어 이 역시 호가일 뿐이라는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강남 요지의 경우 실수요가 어느정도 뒷받침돼 그나마 나은 편. 강북 등 외곽지역으의 신규분양 아파트들은 초기에 1,000만~2,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다가 1~2개월만 지나면 아예 원가에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같은 프리미엄 거품에는 이른바 '떴다방'이라는 이동식 중개업자들의 가격 부풀리기도 한몫 하고 있다. 떴다방 사이의 자전(自傳)거래를 통해 가격을 잔뜩 부풀려 놓은뒤 수요자에게 팔아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규분양 시장의 분양권 거래는 마치 폭탄돌리기 같은 것"이라며 "막차를 탄 투자자들은 수익은 커녕 원가에도 물건이 팔리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두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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