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 선생의 대표적인 종교 건축물로 유명한 경동교회는 한눈에 띄는 건축물은 아니다. 여타 교회처럼 커다란 십자가를 밖에다 내건 것도 아니고 주위를 압도하는 규모를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 화려한 쇼핑몰이 가득한 흥인문로에서 장충단 공원으로 넘어가는 길 중간, 허름한 상가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적벽돌로 겸허하게 쌓아 올린 건물이 바로 경동교회다.
건물외형은 기도하기 위해 두 손을 그러모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어 번쩍이는 십자가 없어도 건물 존재 자체가 신앙심을 표현하고 있다. 이 교회는 특이하게도 예배당 정문이 건물 앞에 위치하고 있지 않다. 골고다 언덕을 상징하는 벽돌 계단을 통해야 예배당 정문에 도착한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랐던 것처럼 신앙인들도 한계단 한 계단 밟으며 명상의 시간을 갖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
그렇게 예배당에 들어서면 마치 카타콤에 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내부를 동굴처럼 둥글게 설계하고 노출콘크리트로 마감 지하무덤(카타콤)의 이미지를 살렸기 때문. 이는 로마제국으로부터 박해 받는 가운데에서도 카타콤(지하무덤)에서 은신하며 예배를 올렸던 기독교 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게 설계 의도다. 이 예배당에는 여타 예배당과는 달리 목사의 설교단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일반 교인과 같은 높이에서 예배를 보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예배당은 또 하나 큰 장점은 소리를 배려한 설계를 한 점이다. 이 때문에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 각종 음악회 등이 연중 끊이지 않고 있다.
본당의 윗층에는 연극, 영화 상영, 음악회 등을 열수 있는 공연장인 `여해문화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야외로 오픈 된 공간이었으나 우천 시 건물관리가 힘들어져 천정을 막은 상태로 소극장으로 쓰이고 있다. 이 극장은 월드컵 때는 지역주민이 모여 함께 응원하는 장소로 의미 있는 연극작품을 올리는 공간으로 쓰이는 등 열린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물 지하에는 커다란 홀이 있어 친교의 공간으로 쓰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즉, 건물을 크게 3부분으로 나눠 지하는 사람과 사람, 1층 예배당은 사람과 신, 2층은 사람과 문화가 만날 수 있도록 구분된 것이다.
이 교회의 강호남 부목사는 “경동교회는 교회가 사회로부터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신이 교감하는 장소라는 교단의 사상을 잘 표현한 건물”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