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코스피 박스권 탈출 당분간 힘들 듯"

투신사 주식운용본부장 장세 진단<br>"인플레 압력 완화돼도 불안요소 많아 상승 한계"<br>"주식형펀드로 돈들어오지만 기관장세도 어려워"


코스피지수가 한달 넘게 1,500선에서 지루하게 횡보하고 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속에 전일 대비 0.91% 내린 1,562.72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유가ㆍ환율 등 증시 주변 여건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박스권 탈출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특히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적지 않은 ‘실탄’을 보유한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가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매크로 환경의 외부 악재가 점차 해소되는 국면에서 주식을 살 수 있는 우호적인 상황이 마련되는 게 아니냐는 낙관적 견해가 서서히 퍼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적극 매수에 나서긴 힘들 것이란 견해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날 투신과 연기금은 각각 1,543억원, 853억원 팔자 우위를 보이며 시장에 찬물을 끼얹어 아직 투자심리가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돼도 추가 상승 한계”=펀드매니저들은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박 우려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최인호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유가만 하락하면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라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나타났다”면서도 “이는 외국인이 쇼트 세일링에 적극 나섰던 상황에서 나왔던 보수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많이 줄어드는 국면에 접어들면서 향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서서히 생겨나고 있다”며 “기업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증시를 둘러싼 환경 자체는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감소했다고 해서 이것이 증시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확신을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계속되고 부동산 침체 역시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만으로 시장이 회복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증시에 활기가 생기려면 매크로 지표들이 나아지는 모양새가 나타나야 하는데 아직 그걸 기대하기는 이르다”며 “단기간에 수급이 나아질 수 있는 국면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시장에 불안한 요소들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바닥권이라 해도 쉽게 상승 국면으로 돌아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며 “당분간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단기적으로 기관 주도 장세 어려울 듯”=수치만 놓고 보면 기관의 중심인 투신권의 주식 매수 여력은 매우 높은 상태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주식형펀드의 주식편입비율은 89.39%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증시를 좋게 보지 않고 환매 등에 대비해 꾸준히 현금 비중을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 역시 뭉칫돈이 들어오진 않고 있지만 올 들어 9조원 이상의 자금이 수혈돼 아직까지 펀드런에 대한 우려는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본부장들은 양호한 자금 유입에도 당분간 주식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수익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실적이 아직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장기 상승 가능성만 바라보고 주식을 사들이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외국인의 매도 국면이 완화된데다 경제 펀더멘털도 원자재 생산국과 비교하면 낫다”면서도 “어닝스 모멘텀이 떨어지는 마당에 기관이 장세를 주도하긴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도 “경제지표가 당분간 좋지 않고 기업실적 역시 당분간 나아지기 힘들기 때문에 섣불리 시장에 용감하게 뛰어들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 본부장은 “기관들도 서서히 기회를 엿보는 만큼 이런 추세가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에 연기금 집행 계획도 잡혀 있는 만큼 하반기에 한두 차례 정도 베어마켓 랠리를 기대할 만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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