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방식이 신한지주의 조흥은행 인수와 닮아가고 있는 것일까. 25일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합의, 공개한 내용은 ▦선(先)통합 후(後)합병 ▦통합추진위원회 구성 ▦통합은행명 추후 결정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내용은 지난 4월 공식합병한 신한-조흥은행의 합병방식과 대동소이하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합병 후 인위적인 인력감축이 없다는 것도 두 건의 합병 방식에서 동일하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이 최고경영자(CEO)끼리 합의한 내용을 이날 공개한 것은 매각을 반대하는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고 인수과정에서 발생할 혼선과 마찰을 최소화함으로써 합병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외환 노조는 “은행 매각을 전제로 한 합의내용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반쪽짜리 합의서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했다. 웨커 외환은행장은 사내 방송을 통해 “외환은행과 국민은행이 서명한 합의서에 고용안정에 대한 보장과 외환은행 브랜드 유지를 위한 방안, 두 은행의 미래에 대한 문제와 현안을 균형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의사결정 방안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합의서에 따르면 ▦합병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인력감축 및 출신은행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이 없을 것 ▦독립 자회사 유지기간 동안 은행 이름과 로고 등 그대로 사용 ▦통합은행 이름 및 로고는 통합은행추진위원회에서 결정 ▦점포 폐쇄 최소화 ▦독립경영기간 최소 1년 이상 유지 등이다. 김형민 외환은행 부행장은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합의서는 변호사 입회하에 국문과 영문으로 동시에 작성됐으며 두 은행장의 친필 서명이 들어 있는 만큼 법적 효력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합의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2003년 신한지주와 조흥은행 노조, 정부 당국자 3자가 합의한 노사정합의문과 유사하다. 일정기간 자회사로 독립경영을 하며 통합을 준비하고 이후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통해 통합은행의 브랜드 등을 결정하는 방식 등이 비슷하다. 공교롭게도 합의서가 작성되고 발표된 것도 피인수은행의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시점에서다. 하지만 신한의 통합과는 다른ㆍ점도 있다. 국민-외환의 경우 계약직원을 포함한 전직원의 고용을 승계할 것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통합추진위원장을 두 은행 행장이 공동으로 맡고 독립경영기간 동안 경영권 행사를 이사회를 통해 한다는 점도 차별화된다. 하지만 직원의 고용승계나 독립적인 경영은 그 형식만 다를 뿐 비슷한 코스로 갈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신한지주는 노사정 합의문에서 ‘조흥은행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인위적인 인원감축을 하지 않는다’고 명기했지만 2년 뒤 명예퇴직의 형태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신한지주가 지주사 사장, 두 은행의 행장이 참여하는 공동경영위원회를 통해 경영권을 행사한 것과 달리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이사회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독립성이 보장됐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이사회를 통해 은행의 정책ㆍ경영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지주는 통합은행명과 직급조정 등을 둘러싸고 통합은행 출범 직전까지도 조흥노조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었다. 조흥노조는 “노사정 합의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만큼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역시 합의서의 내용이 제대로 지켜질지 관심이다. 외환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두 은행장이 매각이 차질 없이 이뤄진다는 전제에서 조건부로 합의한 것”이라며 “검찰수사 등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합의서의 내용과 상관없이 불법 매각에 대한 투쟁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