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이 오를 때는 많이 오르고 내릴 때는 찔끔 내리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유사의 과도한 폭리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2일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폭리가 아니다"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기름 값이 오를 때는 많이 오르고 내릴 때는 찔끔 내리는 것은 맞지만 이를 정유회사의 폭리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연구원 측이 내세운 근거는 휘발유 가격조정의 비대칭성이다. 연구원은 '휘발유 가격조정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가. 그로 말미암은 정유회사 폭리와의 관계는 어떻다고 보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국내 석유시장에서 원유가격 변동에 대한 휘발유의 가격조정이 비대칭적이라는 분석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조정의 비대칭성이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의 움직임이 원유가격이 하락할 때보다는 상승할 때 더 크고 빠르게 반응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서 원유가격이 상승할 때 휘발유 가격이 더 많이 빠르게 오르고 반대로 원유가격이 하락할 때는 휘발유 가격이 더 늦게 조금 내리는 현상이다.
실제로 연구원 측은 지난 1997년 4월부터 2005년 6월까지 월간 시계열자료를 이용해 원유가격 변동에 대한 휘발유 도매가격 조정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휘발유 가격조정이 비대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휘발유 소매가격 결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로 발간했다.
그렇지만 연구원 측은 이런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적 조정을 곧바로 정유회사의 폭리나 불공정행위로 연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원 측은 "미국 시카고대 펠츠만 교수의 연구를 보면 가격조정의 비대칭성은 석유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에서도 나타나는 등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정유사의 폭리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정유사들의 경영실적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엄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석유시장에서 불공정거래행위가 있을 때에는 적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