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동아시아의 해빙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지난 2006년 중국을 방문한 이후 중국과 일본의 해빙기를 갖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에 중ㆍ일 두 나라는 외교협상의 도구로 판다와 탁구를 이용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을 방문한 것은 10년여 만의 일이다. 중국 정부는 화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 판다 한 쌍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와세다 대학에서 탁구를 치겠다던 약속도 지켰다. 비판론자들은 이 같은 제스처에 대해 실질적인 성과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두 나라는 아직까지 동지나해 가스전 갈등 등 양국 관계를 해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을 해결하지 못했다. 두 나라 관료들은 서로 듣기 좋은 말들만 건넸을 뿐 자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도 못했다. 일본인 사이에서는 티베트 독립운동 탄압이나 농약만두 등으로 부정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인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동아시아 양대 강국이 서로 화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경우 전범으로서의 과거를 인정하지 않고 고위급 인사 간 대화에도 미온적이었던 탓에 중국과의 의사소통에 실패했다. 후 주석과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문서를 발표하면서 지난 2년간 이어져온 화해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공동문서에서 두 나라는 매년 정상끼리 한 차례 이상 만날 것을 약속했고 민간 차원 및 군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다짐했다. 후 주석은 양국 관계가 “역사적인 새 출발의 시점을 맞았다”며 동지나해의 석유 및 가스 자원개발도 “이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동아시아뿐 아니라 전세계인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미국은 일본의 동맹국이자 태평양의 지역 안보를 책임지는 국가로서 중ㆍ일 간 대화 채널의 부재를 고민하던 차였다. 중국과 일본 사이의 해묵은 난제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핵 문제 등 비상사태 발생시 양국 간에 오해와 분쟁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분쟁 예방 차원을 넘어서 본격적인 공조를 논의해야 할 때다. 환경오염 문제 등에서 생산적인 합의가 이뤄진다면 양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후 주석과 후쿠다 총리는 첫발을 잘 뗐다. 고이즈미 총리 시절의 불필요한 적대 관계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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