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벤처기업 CEO와 '설전'

"토양이 척박하다"(변대규 휴맥스 사장), "옛날도 지금보다 낫지 않았다"(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13일 오전 9시 한국공학한림원이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마련한 '최고경영자(CEO) 집담회'. 이 자리에서 국내 산업계와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두 CEO간에 때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최근 30년간 국내에서 대기업이 탄생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를 놓고 공방이 오간 것. 포문은 변 사장이 열었다. '오늘의 중견기업, 미래 한국경제의 주역이 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한 그는 국내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척박한 토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의 폐쇄성, 비합리적 거래관행 등 한국사회의 풍토와 산업의 구조적 요인들을 사례로 나열했다. 그는 "대기업의 말단에 있는 양반도 중소기업 사장을 아무때나 전화해서 오라 가라 한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우리가 권력이 있으니까 따라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얘기한다"고 대기업의 폐쇄성을 꼬집었다. 이어 "(중소기업 CEO에 대해)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고들 하는데, 중견기업을 만들어 내는데 따르는 리스크는 엄청 큰 반면 성공했을 때 따르는 보상은 별로 없다. 과거 1950년대, 1960년대에는 그런 보상이 있지 않았느냐"며 "기업가 정신도 (산업의) 구조적인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연이 끝난 뒤 마이크를 넘겨받은 윤 부회장은 "사회현상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많이 다르다"며 "변 사장의 이야기도 코끼리 등의 일부만 이야기 했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윤 부회장은 "중소기업들이 돈도, 사람도, 기술도 없어 사업을 못하겠다면서 정부나 대기업에 내놓으라고 하는데, 초기 대기업 사장들은 그런 게 다 있었느냐? 시장이 지금보다 컸느냐?"며 투철한 기업가 정신과 헝그리 정신을 거듭 요구했다. 나즈막한 목소리였으나 중량감은 느껴졌다. 그러나 이날 강연은 공학한림원이 'CEO 집담회' 50회째를 맞아 서로의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고 시야를 넓히자는 취지로 벤처기업협회 소속 CEO들을 초청해 마련된자리. 공학한림원 회장인 윤 부회장은 대화의 주제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대-중소기업간 역할 문제로 옮겨가는 데 따른 부담으로 스스로 진화에 나섰다. 윤 부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상생(相生) 관계 이전에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관계"라며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매출 80조원의 60%인 50조원이 원자재와 부품 값이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의 원가, 품질, 생산성의 80%는 협력업체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라며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없으면 우리도 경쟁력이 없는 것인 만큼 서로가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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