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수렁에 빠진 美 경제


한창 때는 이러지 않았다. 아무리 센 펀치를 맞아도 금방 일어서곤 했다. V자형 경기회복은 당연지사였다. 지난 1970년 초와 1980년 초 1ㆍ2차 오일쇼크 때는 물론이고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2001년 9ㆍ11 사태 때도 모두 1~2년 안에 회복됐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강력한 반등을 기대할 수 없는가. 유로존의 위기도 자칫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확산될 조짐이다. 만만찮은 장애물이다. 20세기 경제학 처방 안 먹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글로벌 리더십의 복원은 이제 물 건너간 것인가.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미국 경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첫째, 현 경제위기가 미국 경제만의 책임인가? 미국 경제는 정부와 가계의 과잉지출과 소비, 매일 50억달러의 유동성 유입으로 버텨왔다. 그래서 어찌 보면 미국의 현 위기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베짱이의 배고픈 겨울처럼 당연하고 '공정'하다. 문제는 미국만 고통받는게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수출해서 번 돈을 빌려주던 경제마저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경제마저 휘청거리니 열심히 일한 개미들은 억울한 심정이다. 1985년 독일과 일본이 플라자 합의를 통해 미국의 부채를 털어줬듯이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도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15~20% 정도의 위안화 절상은 어떨까. 하지만 중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중국의 어떤 협력도 미국이라는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기는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며 본질적ㆍ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 뇌관이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부채상한 연장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해악인가? 미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면 총수요가 둔화된다. 8월2일까지 합의를 질질 끈 것은 큰 실수다. 긴축은 오는 2014년 이후 본격 시행되지만 우선 2012년 210억달러, 2013년 420억달러의 재정지출 감축에 합의했다. 구체적인 재정지출 감축항목은 올해 11월까지 하원 특별위원회가 결정할 예정이다. 이 정도 감축은 2012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0.2%포인트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 나머지 감축은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데 1차 9,170억달러, 2차 1조5,000억달러 규모로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빚을 줄여가겠다는 긴축은 건강한 미국 경제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성적이지 못하다. 재정긴축으로 향후 경기부양이 어렵게 됐다는 우려로 시장은 패닉 상황이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 정책을 기대했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9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그러나 미 연준도 뾰족한 대책은 없다. 케인즈, 신케인즈, 신고전주의 경제학파들의 처방도 먹히지 않는다. 어쩌면 20세기 사고의 틀로 21세기 후기 산업사회 초입에 맞는 세계적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 美경제 회복 위해 공조 필요 미국 경제 회복의 힌트는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 복원에 있는 것 같다. 달러화 약세는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그런데 누가 미국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혹시 중국ㆍ인도ㆍ한국과 같은 채권국가들 아닐까. 그렇다면 월가도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이들이 힘들여 벌어놓은 자산을 곶감 빼먹듯 함부로 빼가지 말아야 한다. 투기적 거래의 피해는 쌍방 모두에게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긴 호흡으로 경제를 보자. 미국 경제가 스스로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고 필요하면 국제공조도 해야 한다. 그 누구도 미국이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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