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아소 다로의 '뼈 있는' 농담

지난 8일 일본 히로시마의 한 강연장. 아소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김정일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면서 “농담은 빼주세요”라며 기자들에게 기사화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의 발언은 발사대를 떠난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되물릴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소 다로의 ‘뼈 있는 농담’의 속뜻은 일본 관료들의 잇단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 발언으로 곧바로 드러났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10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헌법의 자위권 범위 안에 있다”고 말했고 누카가 후쿠시로 방위청 장관과 아소 다로도 같은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일본의 극우파 정치인들은 대포동을 핑계로 잠자고 있던 ‘침략적 본성’을 되살릴 수 있으니 북한이 눈물겹게 고마울 법도 하다. 그러고 보면 북한은 절대로 쏘지 말아야 할 미사일을 쏜 것이다. 경제가 피폐해지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미사일 몇 발로 내부결속을 다질 수 있다는 단순한 계산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불똥은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침략자’ 일본의 망령을 되살리는 빌미를 제공해주고 있다. 일본은 이미 북한의 핵 시설과 도로망까지 손금 보듯 감시할 수 있는 인공위성을 자체기술로 쏘아올렸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당장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과거 일본의 침탈을 받았던 한국과 중국은 다시 일본의 사정권 안에 들어가 있고 일본에 원자탄의 상처를 안겨줬던 미국에도 앙갚음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어느 정도 확보한 셈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을 침략했던 나라다. 1941년 12월8일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일본과의 전쟁승인을 요청하는 의회 연설에서 “미국은 일본 제국에 의해 기습공격을 당했으며 1941년 12월7일은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다. 우리는 이 점을 강조하면서 아소 다로의 ‘뼈 있는 농담’ 속에 감춰진 일본의 침략적 본성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차제에 일본의 군사 대국화 움직임에 아예 쐬기를 박는 멋진 ‘반전(反轉) 드라마’가 연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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