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디지털미디어와 콘텐츠

정보통신기술로 무장한 디지털미디어의 발전 속도가 실로 눈부시다. 위성 및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에 이어 조만간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999개 채널을 갖춘 인터넷프로토콜텔레비전(IPTV) 서비스도 상용화된다. 아파트단지가 신축될 때마다 ‘홈 네트워크’와 ‘유비쿼터스’ 기능이 기본 서비스로 언급되고 신도시를 조성할 때도 ‘U-시티(City)’라는 구호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디지털미디어는 이제 하루 단위로 진화하며 수많은 볼거리와 신조어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뭔가 허전하다. 마치 터널을 뚫고, 도로를 내고, 택지를 조성하고, 부두를 만드는 토목 공사는 요란한데 그 위를 채워야 할 자동차공장, 선박공장, 아파트 건설 현장은 잠잠한 형국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사통팔달의 도로를 닦아놓았는데 그 위를 소달구지와 자전거 몇 대가 한가로이 지나가는 풍경에 빗대야 할까. 지난 90년대 말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닷컴 열풍’이 있었다. 그러나 몇 년 가지 않아 열풍은 거품으로 둔갑해 촉망받던 기업들이 줄줄이 몰락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벤처 열풍이 꺼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콘텐츠를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판촉물 정도로 여겨 콘텐츠 기반의 수익 모델을 만드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화려한 디지털기술과 흥미로운 서비스에 대한 청사진은 넘쳐나지만 정작 그 안에 담길 콘텐츠에 대해서는 “콘텐츠가 비즈니스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바뀌고 있다.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미디어그룹들이 인터넷 기업을 대거 인수하는 등 디지털미디어와 콘텐츠가 결합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네트워크를 보유한 통신기업들이 콘텐츠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말도 있듯이 정보통신과 디지털기술로 세계를 당장 앞서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컨버전스 환경을 채울 ‘콘텐츠’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의 우리가 “달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하늘에 달은 보지 않는(只看標月之指 不睹當天之月)” 우를 범하지 않도록 콘텐츠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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