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BIS 5~7%' 퇴출대상 아니지만 뱅크런 우려

■ 저축은행 정상화 계획 14일 마감 <br>자본확충 지원방침 불구 고객 동요 가능성 <br>구조조정 성공여부 또다른 변수로 떠올라<br>"구체적 지원 일정 등 명확한 시그널 줘야"

자구 계획 제출을 앞둔 저축은행들에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상당수 저축은행 직원들은 연휴 기간에도 출근해 자구 상황을 점검했다. 연휴 직전 자본잠식설과 관련해 공시 요구를 받았던 서울의 한 저축은행 창구. /김동호기자


주부 김모씨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일 우량 회사로 손꼽히는 A저축은행 본점을 찾았다. 지금까지 김씨는 대형사인 B저축은행과 거래를 해왔지만 금융감독당국의 경영진단 결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이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 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5%를 넘어 퇴출 대상은 아니라고 하지만 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하루아침에 확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아무래도 불안했다"며 "A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11%라고 해 예금을 옮기려고 왔다"고 했다. '회색지대'에 있는 저축은행들이 이번 구조조정 성공의 또 다른 열쇠로 등장하고 있다. 회색지대란 BIS 비율이 5~7%대에 있는 곳들로 당국의 구조조정 대상(BIS 비율 5% 미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량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저축은행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로 예정된 저축은행 퇴출작업시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회색지대에 있는 저축은행에서 예금을 빼가지 않을지 고민하고 있다.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다. ◇대형사 일부 회색지대에=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경영진단 결과 감독당국으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은 저축은행 중 일부는 회색지대에 속해 있다. 대형사인 C와 D는 BIS 비율이 현재 5~6% 선이다. 예전과는 달리 감독당국의 엄격한 자산실사 결과 받은 성적표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다소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우량사의 기준이 한동안 BIS 비율 8%라고 해온 만큼 경영진단 결과 발표 때 대형사의 BIS 비율이 이에 못 미치면 고객들이 동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 자구계획을 내놓은 대형사들도 경영평가위원회에서 해당 내용이 승인되더라도 BIS 비율은 5%를 간신히 넘을 가능성이 높다. 자본잠식 상태로 알려진 E와 BIS 비율이 5% 미만으로 알려진 FㆍG저축은행의 경우 증자를 하더라도 5~6% 안팎에 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유동성도 문제다. BIS 비율은 5% 이상이더라도 유동성 비율이 100% 미만인 곳은 고객들이 돈을 찾기 위해 한 번에 몰리면 예금지급이 안 될 수 있다. 유동성 비율이란 만기 3개월 미만 자산(대출)을 부채(예금)로 나눈 수치다. 지난해 말 현재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평균 약 105%에 불과하다. 이달 말에 저축은행 경영공시가 이뤄지면 유동성 비율도 함께 공개되기 때문에 고객들의 평가가 바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명확한 시그널 줘야=금융당국도 경영진단 결과 BIS 비율이 5~7%인 곳은 자본확충을 도와준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당국은 지난 7월 저축은행 하반기 경영건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경영진단 후 BIS 비율이 5% 이상인 곳 중 원하는 업체에 금융안정기금을 통해 자본확충을 지원해준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지원책이 가동되기 전에 시장혼란으로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저축은행의 영업정지에 놀란 고객들이 예금을 빼면서 회색지대에 위치한 저축은행들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장은 "이번 경영진단은 문제가 될 만한 것은 모두 짚고 넘어갈 정도로 굉장히 보수적으로 평가를 했다는 점을 당국이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며 "BIS 비율이 5% 이상인 곳은 살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장도 "BIS 비율이 5% 이상이더라도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며 "경영진단 결과 발표 때 향후 자본확충 지원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감독당국의 관계자는 "예금인출 우려 때문에 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4일 만에 돈을 찾게 해주고 저축은행중앙회의 유동성도 한층 보강했다"며 "저축은행 영업정지에 따른 혼란을 올해 들어서만 수차례 고객들이 봐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학습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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