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연기금, 증시 백기사로 나서나

外人 매도공세로 1,970선까지 급락불구 이틀째 '사자'

"주가 바닥 근접" 판단에 본격 매수세 전환 시동 분석

추가 매수 여력 충분… 저평가 대형주 중심 투자할 듯


코스피가 이틀간 40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1,970선까지 주저앉자 국내 증시의 큰손인 연기금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증시가 무너질 때마다 어김없이 매수주문을 쏟아내며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던 연기금의 구원 등판이 코스피의 추가 붕괴를 막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증시 전문가들은 잇따른 주가 폭락으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저평가된 만큼 그동안 시장을 관망하던 연기금이 이제 본격적인 쇼핑에 나설 때가 됐다고 분석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주식 1,128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던 연기금은 지난 1일 366억원을 매수한 데 이어 2일 다시 150억원을 사들이며 이틀 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매수금액은 많지 않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이 1~2일 약 5,6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주가하락을 주도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연기금이 주가 급락 속에서도 적은 금액이나마 매수 흐름을 이어가자 증권 시장에서는 백기사의 귀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 붕괴에 이어 1,970선까지 급락하면서 이제 주가가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한 연기금이 본격적인 매수세로의 전환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과거 연기금의 매매 패턴을 되짚어보면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됐다고 판단될 때 저점 매수를 하면서 시장에 투자자금을 쏟아냈다"며 "주가지수로나 시기적으로 연기금이 다시 증시의 큰손으로 나설 때가 됐다"고 전망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가의 매도세를 방어해주는 것이 연기금의 역할"이라며 "연기금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4월 말 외국인 투자가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코스피지수가 1,970선 아래로 떨어지자 연기금은 6거래일 연속 매수주문을 내며 2,000선을 회복하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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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추가 매수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연기금의 등판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연기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 시장에서 10조1,939억원을 사들이며 왕성한 구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2일까지 약 9개월간 연기금이 사들인 주식금액은 3조9,206억원으로 4조원에 조금 못 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순매수금액인 7조8,16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연기금의 투자집행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집중된다는 점도 긍정적 전망을 가능케 한다. 이종우 센터장은 "상반기에 계획했던 투자금액이 하반기로 미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연말로 갈수록 연기금의 집행 강도가 더욱 세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기금은 지난해 전체 주식매수금액의 약 60%가량을 하반기에 쏟아부었다.

연기금은 그렇지 않아도 주식투자 비중을 높이기로 계획을 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산의 19.7%를 국내 주식에 투자한 국민연금은 오는 2019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학연금도 지난해 말 25%였던 주식 자산 비중을 2017년 말 3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 밖에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주식 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 역할론에 대한 요구도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매수 여력이 충분한 마당에 금융위가 주식 시장 활성화를 적극 주창하면서 주식 시장에 대한 연기금의 개입 여지는 더욱 커졌다"며 "달러 강세가 둔화되고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되는 시기에 맞춰 연기금이 본격적인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 투자가 낙폭이 과다하고 저평가된 대형주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연기금의 투자 속성에다 최근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가격 차가 많이 좁혀졌기 때문이다. 은성민 메리츠종금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이 발표되고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되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서서히 매수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특히 중소형주가 많이 오른 만큼 낙폭이 과다하고 저평가된 대형주 위주로 연기금의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일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텔레콤(017670)·기아차(000270)·네이버·LG이노텍(011070)·한국전력(015760)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었다. 증시 전문가는 "요즘처럼 증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연기금이 순매수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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