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7월 24일] 이건희와 김석동

이건희 전 삼성 회장과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배열에 의아해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사람은 대한민국 재계의 ‘아이콘’이고, 또 한 사람은 전직 고위관료이니 격(格)부터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지금의 한국 경제 상황에서 두 사람에게는 분명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두 사람이 지닌 상징적인 ‘조타수’ 기질이고 지금은 우리에게 ‘잃어버린 실체’가 됐다는 점이다. 우선 이 전 회장. 특검의 거친 한파에 밀려 경영 일선 퇴진이라는 극약 처방을 썼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 그는 우리 경제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 전 회장은 우리 경제가 고비에 처할 때마다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길을 인도했다. 지난 1993년 신 경영 선언에서부터 강소국론ㆍ창조경영ㆍ샌드위치론에 이르기까지 그가 던진 경영 화두는 언제나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줬다. 하지만 그은 지금 특검의 한파에 자신의 신변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초라한 처지에 몰려 있고, 법정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방향이 아닌 자신이 일군 기업에 대한 안타까움의 눈물만 흘렸다. 김 전 차관. 수없이 많은 경제 관료 가운데 손 꼽히는 천재인 그에게 붙은 닉네임은 ‘영원한 대책 반장’이다. 민간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다가 공직에 입문한 그는 28년 공직 생활의 대부분을 위기 해결사 노릇을 하면서 지냈다. ‘관(官)은 치(治) 하려 있다’는 신조(?) 때문에 ‘관치의 화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우리 경제의 뼈대를 이룬 정책들의 중심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참여정부 초기 중소기업 대책을 내놓았을 당시 “관악산을 보면서 생각해낸 것이 고작 이 정도냐”고 그를 비판한 적이 있지만 알맹이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그의 열정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러나 경제 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퇴진론에 몰린 채 시장의 신뢰를 잃은 이 순간 ‘대책 반장’은 대통령의 부름을 받지 못한 채 하릴 없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 한국 경제에 제2의 외환위기론이 나오는 2008년 7월, 우리는 지금 중요한 사람들을 잃어 버리고 있다. 사회적 여론에 떠밀려, 그리고 정치적 목적에 휘말려, 위기를 뚫고 갈 중요한 조타수를 잃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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