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우회상장제도 개선 이전에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들에 대해 상장 즉시 감리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감독 당국의 우회상장제도 감독강화 발표 이후 우회상장을 서두르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회상장제도 개선안이 시행되기 전까지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할 경우 상장 즉시 직접감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회상장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발표한 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부쩍 늘어난 데 주목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이런 기업들이 상장하면 즉시 감리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앞서 지난 2일 공청회에서 우회상장 추진기업의 감사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기존 우회상장 기업에도 감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이처럼 우회상장기업 감독 강화에 나선 것은 제도개선이 시행되기 전까지 감독 공백기간을 틈타 서둘러 증시에 입성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우회상장을 추진 중인 업체는 루티즈ㆍSC팅크그린ㆍ아이니츠ㆍ지앤이ㆍ엠씨티티코어ㆍ티지에너지 등 총 6곳에 이른다.
특히 금감원은 이들 기업 가운데 상당수에 부실 위험이 내재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엠씨티티코어는 최근 전 임원의 횡령 혐의가 드러나면서 우회상장 절차 진행 도중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높고 SC팅크그린 역시 감사인 선임과 감자결정 철회 문제를 놓고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올 들어 사업보고서 의견거절, 대표이사 등의 횡령과 배임 등으로 무려 60개의 코스닥기업의 상장이 폐지된 데 이어 핸드소프트ㆍ수서ㆍ투미비티ㆍ올리브나인ㆍ엠씨티티코어 등이 이달 들어서만도 상장폐지가 예정되거나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간 것도 금감원이 감독 강화에 나선 요인으로 분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문제가 있는 곳들이지만 현행 제도상으로는 우회상장 전에 해당 기업을 감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태"라며 "상장 이후 감리의 강도를 매우 강하게 진행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