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통신·전기가스·기계 초라한 성적… 잘나가던 전자·車도 주춤

■상장사 3분기 실적 미리 들여다보니…<br>"중국 경기 예상보다 심각" 7월 이후부터 전망치 내려<br>4분기 실적도 녹록지 않을듯<br>서비스·섬유의복·의약은 호전


5일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3ㆍ4분기 어닝 시즌의 막이 오르지만 투자자들에게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서비스와 섬유의복ㆍ의약 등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서울경제신문이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실적 추정이 가능한 96개 기업의 실적 추정치를 분석한 결과 3ㆍ4분기와 4ㆍ4분기 총 영업이익은 한달 전 추정치보다 각각 2.2%, 2.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실적둔화 현상은 지난 6월 말을 기점으로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9.74%), 섬유의복(4.6%), 의약품(2.0%)을 제외한 모든 업종의 3ㆍ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달 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통신업(-12.4%)과 전기가스업(-9.0%), 기계(-5.7%), 음식료품(-4.0%), 유통업(-2.9%), 건설업(-3.4%), 전기전자(-1.6%) 등의 하락폭이 컸다. 통신업의 경우 불과 한달 전만 해도 3ㆍ4분기 영업이익이 9,660억원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는 8,464억원 수준으로 1,000억원 이상 줄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이끌어오던 전기전자(IT)와 자동차 업체들도 영업이익 추정치가 꺾이면서 어닝 시즌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7월 말을 기점으로 실적 전망치가 하향세로 돌아섰다. 7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3ㆍ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7조6,27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후 하향 조정되면서 현재는 7조5,775억원까지 낮아졌다. 현대차는 8월 말(2조2,620억원)을 정점으로 3ㆍ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현재 2조2,300억원으로 떨어졌고 기아차도 8월 말 1조1,131억원에서 현재 1조803억원 수준으로 전망치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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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LG유플러스(-39.2%), 한진중공업(-7.9%), 락앤락(-10.6%), SK텔레콤(-13.5%), S-OIL(-10.2%), SK이노베이션(-8.2%), 두산인프라코어(-8.7%) 등도 한달 새 3ㆍ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큰 폭으로 낮아졌다.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이 점점 낮아지는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경기가 부진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의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9년 2ㆍ4분기 이후 최저치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계ㆍ화학ㆍ철강 등 소재산업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의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고는 있지만 중국 경기 부진이 국내 산업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으로 내수기업들의 실적도 예상에 못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8월 태풍 볼라벤과 덴빈 등의 영향으로 8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달보다 0.7% 오르며 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부동산 역시 정부의 각종 활성화 방안에도 장기 침체 국면을 보이며 자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기업의 실적이 안 좋아진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되며 내수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낮아진 상황"이라며 "내수경기가 좋지 않아 금융업 등에서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음식료와 의약ㆍ게임 등 일부 업종의 경우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 CJ는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달 사이 8% 이상 높아졌고 녹십자와 엔씨소프트 등도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경기부양책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4ㆍ4분기에도 실적호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김 팀장은 "이달 중순 중국의 정권교체 이후 경기부양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뒤 당장 급속한 경기부양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4ㆍ4분기에도 중국발 모멘텀이 발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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