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6월29일] 삼풍백화점 붕괴
권홍우
1995년 6월29일 퇴근길이 긴급 뉴스에 뒤덮였다. '삼풍백화점 붕괴.' 국민들이 귀를 의심하는 순간에도 5층부터 지하3층까지 폭삭 주저앉은 사고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최종 집계 사망 502명(실종 30명 포함), 부상 937명. 최악의 건물붕괴 참사였다. 성수대교 붕괴 240일 만에 터진 사고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준공 6년의 새 건물을 무너뜨린 것은 총체적 부패구조. 부실시공과 불법 설계변경, 공무원의 뇌물 수수, 백화점주의 임의적 용도변경이 화를 불렀다. 쇼핑 공간을 넓히기 위해 기둥을 설계보다 25%나 줄이고 불법으로 한 층을 더 올렸다. 뒷돈을 받은 공무원들은 이를 눈감아줬을 뿐 아니라 공사가 40% 진행된 상황에서 영업허가를 내줬다.
결정적인 것은 백화점의 안전 불감증. 사고 당일 오전 건물의 균열이 벌어지고 기둥이 옥상을 뚫고 나오는 상황에서 긴급 안전진단을 실시한 설계감리 회사가 '붕괴 우려' 진단을 내렸음에도 정상영업을 강행, 참변을 피할 기회를 놓쳤다. 하루 5억원의 매출을 건지려다 3,460억원(보상금 포함 최종 피해액)을 날린 셈이다.
장맛비가 내리는 폐허 속에서 생존자를 구해내는 극적인 장면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한편에서 외국인들은 싸늘한 평가를 내렸다. '테러도 아니고 건물이 스스로 무너져 내린 것은 건축공학사의 충격' '한국 업체가 시공한 해외 공사는 안전한가'라는 외신이 쏟아졌다. 삼풍의 망신살은 예고편이었다. 하체 부실, 거품 위의 한국 경제는 2년 반 뒤 외환위기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삼풍백화점 붕괴 11년. 지금은 과연 안전할까.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광역단체장들은 '천운이 도왔다'는 소리를 듣는다. 재임기간 동안 대형 사고가 안 터졌기 때문이다. 언제쯤이나 부패가 심어놓은 지뢰밭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입력시간 : 2006/06/28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