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다분히 `거품장세`로 상황인식을 하고 있다. 아파트 값은 `상투`이며, 조만간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값 폭등의 주범은 저금리 뿐 아니라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도는 시중 부동자금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금리인상은 다른 경제부분에 대한 파장 등을 고려 신중을 기해야 되며 분양가 규제는 자칫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는 중이다.
◇`집값 피크다` = 정부가 집값에 거품이 있을 뿐 아니라 소위 `상투`(고점)에 도달했다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그 동안 폭등하는 집값에 대해 거품 논란이 있었고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표현도 나왔지만 건교부는 “일본처럼 급격한 버블 붕괴는 없을 것”이라며 “경각심을 늦춰선 안되고 버블 붕괴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부동산경제를 연착륙 시켜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9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강남 30평대 아파트 값이 1년에 배나 뛰는 것은 분명히 거품이 있고 여기에 융자해주는 것은 거품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장관도 9일 주택건설업계와의 조찬강연을 통해 “현재 강남 등지의 집값 상승현상은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머니게임`의 한계를 갖고 있어 `상투다`란 인식이 드는 순간 서로 먼저 팔고 빠져 나오려고 하면서 집값이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는 국민을 상대로 부동산 투자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지만 지나보면 지금이 피크(peak)였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부동산이 고수익 투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는 이미 늦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돈줄 죄고 세금은 늘리는 대책 강구 = 정부 종합대책은 서울 강남지역 등에 집중되는 가수요를 걷어내고 세제를 개편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최 장관은 “집을 사고 싶어도 은행이 돈을 빌려주지 않거나 대출에 따른 비용을 이거나, 집을 사도 수익성이 별로 안 좋아질 것이라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도 “거품이 꺼지면 금융기관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으며 건전성 감독차원에서 강남 아파트 등의 구입과 관련한 융자를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는 이미 50%로 낮춘 주택담보대출한도를 40%로 더 낮추거나 주택담보대출 총량과 은행별 대출, 또는 1인당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분석된다. 건교부 관계자는 “대출 총액을 억제하면 은행이 신규대출을 위해 기존 대출을 회수하려 할 것이고 수요자들에게는 자금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가공개 의무화ㆍ분양가 규제는 아직 미지수 = 부동산 가격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일본 사례에서 보듯 금리인상이 약효가 좋지만 당분간 시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 부총리는 “금리 4%는 경제규모가 비슷한 국가에 비하면 2%포인트 가량 높은 것이고 부동산을 잡으려면 금리를 획기적으로 올려야 하는데 그럴 경우 수출경쟁력에 타격이 오고 대출이자 급증에 대한 부담 등으로 경제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 장관도 “최근 집값 상승이 전국적 현상이냐는 문제도 있고, 금리를 올릴 경우 주택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마지막 카드인 원가공개 의무화나 분양가 규제 도입에 대해서도 아직 부정적 입장이다. “분양가 규제는 수요 억제보다 공급 억제책으로 작용해 결국 가격상승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원가를 낮춘다고 사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는 게 최 장관의 설명이다.
◇버블논쟁과 금리인상 = 일본이 80년대 후반 도쿄 도심을 시작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하자 90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총량제한과 금리인상 정책을 동시에 시행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달말 발표되는 정부 대책에 이 두 카드가 포함되지 않을 경우 집값이 잡힐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일본은 은행별로 주택담보대출총액을 제한하거나 동결하는 한편 금리를 1년 반 새 4.5%포인트나 인상, 은행이 기존 대출자금 회수에 들어가고 빚을 내 집을 샀던 사람들이 이를 갚기 위해 매물을 쏟아내는 현상이 잇따라 주택가격지수가 90년 100을 기준으로 지난해 45까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따라서 정부의 종합대책에 `거품붕괴를 각오한 반 시장적인 대책`이 포함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