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에서 온 사진엽서 (권혁희 지음, 민음사 펴냄)
| 고된 노동과 가사에 지친 여성모습, 기생으로 표상되는 조선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가 드러난 풍속 사진엽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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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가 절정기로 치닫고 있던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것중 하나가 사진엽서다. 1870년대 이후 대부분 서구 국가에서 엽서를 우편정책으로 채택하고 등장하면서 사진엽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더구나 당시 여행이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풍물 사진 엽서를 기념품으로 사고 파는 게 일반화됐다. 특히 아프리카인이나 아메리칸 인디언, 아시아인들을 카메라로 포착한 인종 사진이나 풍속 사진은 인기 사진엽서 품목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량 생산돼 팔려나갔다.
사진엽서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엽서에 실린 이미지들 역시 새로운 문화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경제ㆍ군사적으로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서구 열강과 일본은 사진 엽서를 통해 그들의 제국주의적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이미지를 대량 생산한다. 지배자 정복자의 시선으로 식민지 국가나 원주민들을 바라본 이 같은 엽서들은 제국주의 시대가 막을 내린 이후 지금까지도 그들의 의식 속에서 흔적이 남아있다.
서울시 문화재과 학예연구사로 있는 권혁희씨는 사진 엽서 속 풍경은 대중 문화 속에 뿌린 내린 은밀한 제국주의의 이미지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신이 수집한 1,500여장의 사진 가운데 추려낸 300여장의 19세기 말 20세기초 제국주의 시대 사진엽서를 통해 제국주의의 편협한 시각에서 본 조선의 이미지를 해부하고 있다.
그는 “서구 제국주의의 팽창은 지리적인 정복과 정치, 경제적 영역 확장에 그치지 않고 문화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었으며 사진엽서는 문화제국주의의 축소판이었다”고 말한다. 제국주의 국가의 국민에게 식민지에 대한 호기심과 환상을 불어넣고, 동시에 한발 앞서 근대문명을 이룬 승리자로서의 우월감을 고취시키는데 풍속 사진엽서가 한 몫 했다는 설명이다.
조선 총독부가 발행했던 시정 기념엽서를 보면 이런 일본 제국주의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저자는 식민 지배 이전의 낙후한 조선과 지배 이후의 근대화된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들을 나란히 배열하는 방식으로 제작해 제국주의를 은연중에 미화했다고 본다. 민음사가 선정한 올해 논픽션상 대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