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가 딸들 '경영본색'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이부진, 온화한 리더십 선견지명형 CEO
면세점사업 해외 진출에 올인
프리미엄 비즈니스 호텔 확대… 수익성 개선·외형 성장 드라이브

이서현, 따뜻함 더해 패션계 혁신 주도
CSR 매장 '착한 경영' 포문
한류 활용 노나곤 론칭 이어 IT·남성복 접목 공격적 행보



삼성가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거침없는 경영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부재가 길어지면서 경영권 이전에 속도가 붙는 요즘 '리틀 이건희'로 불리는 맏딸 이부진 사장과 '한류 패션 전도사'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이서현 사장이 올해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삼고 최고 경영자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신성장동력의 양대 축을 면세점의 해외시장 진출과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 사업으로 삼고 해외·지방 가릴 것 없이 전장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이 사장은 국내에서는 포화된 면세점 성장을 위해 해외항공 사업에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1월 세계 3대 공항인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 화장품·향수 매장 독점운영권을 획득한 호텔신라는 이달 1일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이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따낸 면세사업권 중 가장 큰 규모로, 2020년 9월30일까지 6년간 운영한다. 매출 규모는 연간 6,000억~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당시 치열한 입찰 경쟁에서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주도면밀함을 과시했다. 실무진에게 틈틈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철저히 시장을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삼성의 정보기술(IT) 및 모바일 기술력을 활용한 면세점 운영 방안을 직접 지시했다. 이 사장이 한류를 활용해 한국 중소·중견 화장품의 입점을 적극 제안한 것도 입찰 성공의 주 요인이었다는 후문이다. 온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견지명형 CEO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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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제점은 지난 8월 마카오 공항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도 혁신적인 유통 콘셉트와 사업계획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다음 달 오픈을 앞두고 있다. 신라면세점의 해외 매장 두 곳이 가동되면 해외 매출이 신라면세점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호텔신라는 공교롭게 해외면세 사업에 닻을 올린 1일 서울 지역에 처음으로 세컨드 브랜드인 '신라스테이 역삼'을 개관했다. 내년까지 10곳, 2017년까지 최대 5곳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호텔사업은 적자로 고전중이어서 초기 큰 투자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에 주력해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사장이 취임한 2010년 말 호텔신라의 호텔업 비중은 13.9%였지만 지난해 7%로 떨어져 면세점 사업이 외로이 호텔신라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비즈니스 호텔에 눈을 돌린 것은 부진의 늪에 빠진 호텔사업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이 사장의 야심찬 승부수로 해석된다.

이서현 사장의 최근 행보도 결코 언니의 평가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 사장은 최근 국내 최초의 'CSR(사회공헌) 플래그십 스토어' 개관을 통한 '착한 경영'의 포문을 연데 이어 한류를 활용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 '노나곤'을 론칭하고, 침체된 국내 신사복 시장에 IT 기술을 접목한 최첨단 스마트 정장 '로가디스 스마트 수트 2.0'을 연이어 선보이며 패션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모든 게 불과 한달도 안돼 이뤄진 성과다.

특히 삼성의 모태기업인 제일모직의 60주년 창립기념일에 오픈한 CSR 전문 매장 '하티스트하우스 1호점'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창업정신인 '사업보국 공존공영'을 이어가겠다는 이 사장의 굳은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노나곤 또한 한류와 패션, 삼성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결합해 해외 패션시장의 벽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이 사장의 열정이 담긴 작품으로, 벌써 중국과 일본 바이어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접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특히 노나곤의 론칭 파티에도 직접 참석해 브랜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제일모직은 노나곤의 국내외 편집 매장과 팝업 매장 등으로 유통망을 확장해 2017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당찬 목표를 내걸었다.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협업으로 IT 첨단 기능을 탑재한 '로가디스 수트 2.0' 출시도 이 사장의 선도적 책임감과 전문가적 안목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주머니에 휴대 전화를 넣으면 벨 소리가 매너 모드로 바뀌고 명함까지 전송되는 스마트 기능이 탑재된 로가디스 수트가 미래 남성복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함으로써 인터넷과 연관된 비즈니스 웨어 시장에서 일찌감치 주도권을 잡게 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장이 침체에 놓인 패션시장에 새로운 시도를 통해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며 "세련되고 스마트한 이미지의 이 사장이 최근 따뜻함까지 겸비해 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그룹이 계열사 구조조정을 통해 역할 분담과 전략 비전이 명확해지면서 삼성가 두 딸들의 의사결정이 과감하고 신속해졌다"며 "이 같은 일련의 시도는 그들의 역량 검증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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