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블랙아웃 부르는 에너지 편식

홍준석 대한LPG협회장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이다.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여름 문턱도 넘기 전인 5월 말부터 시작됐다. 곳곳에서 잇따라 열대야가 관측되기도 했다. 밤 최저기온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가장 이른 열대야 기록이다.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올해 전력 수급에도 관심이 쏠린다. 무더위 속에서 나라 전체가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과 전쟁을 치르던 지난해 상황이 자칫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다행히 올해 전력 수급 상황이 예년보다 나아졌다는 전력당국의 발표가 있었으며 아직까지는 올여름 날씨도 평년 기온과 비슷하거나 낮을 것으로 예상돼 전력 우려를 덜어주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고질적인 전력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2011년 9월 순환정전 당시 정전사태의 원인으로 늦더위와 수요 예측 실패가 지목됐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값싼 전기에 맛 들인 '전기 과소비'와 이로 인한 '에너지 편식'이다. 에너지 편식을 바로잡기 전까지 블랙아웃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당장 취해야 할 조치는 당연히 절전이다. 전력 공급량 확대가 한정된 상황에서 절전을 통한 수요 감축은 불가피하다. 공공기관과 전력 다소비건물의 난방 온도를 제한하는 등의 절전대책과 함께 불필요한 전등을 끄거나 쓰지 않는 전자기기의 전원을 꺼놓는 등 가정의 자발적인 절전 노력이 절실하다. 지난해 전력난을 이겨낸 데에도 각 기업과 가정의 적극적인 동참이 큰 힘이 됐다. 그러나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의 고강도 절전만이 능사는 아니다. 구조적인 에너지 편식을 바로잡을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관련기사



전기는 가스나 석유에 비해 생산비가 두 배 이상 비싼 고급 에너지다. 하지만 값이 싸다 보니 주물공장이 전기로를 쓰고 비닐하우스에서 전기로 난방하는 일이 허다하다. 가스가 주로 사용되던 가정용 취사와 난방 기기도 전열기구에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 냉난방에 필요한 열에너지는 1차 에너지인 가스나 석유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다. 전기 난방의 에너지 효율은 34% 수준으로, 가스 난방의 85%나 등유 난방의 80%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우리는 2차 에너지인 전기 사용량 중 약 4분의1을 냉난방에 쓰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 전환 손실이 큰 전기 사용이 늘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에너지 낭비가 고착화된 것이다.

일상화된 전력난 속에서 에너지 소비가 특정 에너지에 쏠리지 않도록 경제성과 환경성을 고려한 균형 잡힌 에너지 소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친환경 가스 에너지를 주목할 만하다.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가스 에너지는 향후 가격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수혜가 예상된다. 동·하절기 전력 피크 부하를 최소화할 해법 중 하나로 최근 부상한 가스 냉난방 시스템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너지 사용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 에너지 수급 동향과 에너지 종류별 수요 특성에 맞춘 효율적인 에너지믹스(energy-mix)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에너지 소비 왜곡을 막을 시스템 개선과 더불어 가스 에너지의 잠재력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