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北체제 인정·조의 등 전광석화… '김정은 적극 끌어안기'

[김정일 사망 이후] ■ 동북아 패권경쟁 불붙었다<br>韓·美서 머뭇거리는 사이 "후계 인정" 공표<br>후 주석등 최고지도부 해외순방 연기하고 조문<br>권력기반 취약한 신체제에 확고한 지지 통해<br>동북아 주도권잡기 경쟁서 유리한 고지 노려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맞아 중국과 북한이 신(新)밀월기에 접어드는 것인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조문 여부를 놓고 한국ㆍ미국 등이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 최고지도부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직접 주중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의를 표한 것은 물론 사망 발표 당일 즉각적으로 '김정은 후계 체제'를 공식 인정한다고 대내외에 선포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일부 최고지도자들은 해외순방 등의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조문을 위해 일정을 연기 및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중국이 국제사회의 여론 등을 의식해 시간을 두고 김정은 체제를 인정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전광석화처럼 북한에 다가서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놓고 중국이 아직 권력기반이 취약한 김정은 정권에 확실한 지지를 보냄으로써 북한에 대한 후견인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북한을 매개로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6자회담 의장국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의 개혁개방과 함께 핵 포기를 설득해왔지만 김정일 정권과는 계속되는 북한 측의 핵실험 및 농축우라늄 시설 공개 등으로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내년 강성대국을 앞두고 경제재건, 국제사회 복귀 등 새로운 국면이 절실한 김정은 정권에 확실한 후견인 역할을 해준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6자회담 재개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노동당 당 대표자대회에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되며 후계자로 낙점받은 지 1년 남짓 된 김정은으로서도 아직 내부 권력기반이 불투명한데다 국제적으로도 핵 문제 등으로 고립돼 있어 외부의 확실한 승계 지지와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다 김정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화폐개혁 등 경제개혁 조치가 완전한 실패로 끝나고 만성적 식량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혈맹인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다. 중국은 김정일 사망에 따른 권력 이양기의 이 같은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대북 영향력 증대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김정은 체제의 안정적인 내부 착근에 있어 초기 3개월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 기간 대규모 식량지원 등 경제원조를 통해 체제 유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애도기간인 오는 29일까지 외국의 조문사절단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비공식 방문 형식으로 당과 정부의 최고위 사절단을 파견함으로써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1994년 김일성 사망 때도 북한은 애도기간에 외국 조문사절단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당시 중국은 딩광건 서기처 서기 등 고위 조문단을 보낸 바 있다"며 "이번에도 북중의 특수관계를 감안할 때 고위 조문단의 북한 방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도 북한과 중국은 당 대 당 교류라는 비공식 방문을 통해 정상회담을 해왔다. 김정일의 기존 8차례 방중이 모두 조선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 간 비공식 교류로 이뤄졌고 이 때문에 북중 정상회담 자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바 있다. 김일성 사망시에는 애도기간이 끝난 후 답례로 방중한 북한특사가 덩샤오핑 실물 크기의 조각상을 중국 측에 선물했고 중국은 이어 북한에 20만톤의 식량지원을 단행한 바 있다. 베이징 소재 중국 정법대학의 문일현 교수는 "세계 역사상 미증유의 3대 세습으로 이어받은 김정은 체제는 아직 권력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외부에서 알기 힘든 상태"라며 "중국은 권력의 안정적 승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라는 명분으로 이같이 불투명한 김정은 체제를 확실히 지원한다는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북한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중 경제 의존도는 이미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북교류 전면 중단을 골자로 한 한국 정부의 지난해 5ㆍ24 조치 이후 북중교역이 최근 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것. 남북교역이 막힌 북한이 중국과의 교역을 대폭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억달러이던 북한의 대중 수출은 올 들어 9월까지 18억달러를 넘어 2배 이상 급증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한 기업인은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최근 들어 중국에 무연탄과 철광석 수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며 "석탄 수입국인 중국으로서는 중국 동북부와 가까운 북한에서 값싼 석탄을 들여올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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