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빨간 돼지저금통의 힘

최근 많은 기업들이 메세나 활동을 비롯해 교육지원 사업 등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메세나협의회가 3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80%에 가까운 227개 기업이 지난해 메세나 활동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규모는 1,700억원대로 지난 9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기업들이 메세나 활동을 통해 얻으려는 기대 효과에 대한 조사 결과였다. 지난해 높은 순위에 올랐던 ‘사회공헌’ ‘문화계 발전 기여’라는 대답보다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응답이 32%로 가장 높게 나타난 점. 경기불황의 여파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까지 줄곧 진행시켜온 메세나 활동을 포기하는 대신 이를 보다 활성화해 사회공헌, 나아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수단의 하나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모든 사회공헌 활동은 사회의 부를 공동체로 환원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뜻이 깊다. 하지만 좀더 넓은 영역에서 보면 직원들에게 나눔 활동의 기회를 부여하고 개개인의 작은 힘을 모아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보다 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기업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공헌임에 틀림없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연초 직원들에게 빨간 돼지저금통을 나누어주었다. 평소에 ‘소소한’ 돈을 모아 ‘쓸만한’ 돈을 만들어 좋은 곳에 쓰자는 취지에서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그 정성만을 볼 수 있도록 돼지저금통 중에서도 불투명한 재질의 빨간 돼지저금통을 택했다. 2,000여명의 사원들이 올 한해 동안 모은 이 소중한 돈은 연말에 필요로 하는 곳에 전달된다. 직원들 중 누구 하나도 빠짐 없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이고 적은 금액이나마 부담 없이 직접 보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 손으로 직접 모은 것이기에 어디에 어떻게 쓰일 것인지도 궁금하고 이왕이면 보다 더 절실한 곳에 쓰였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된다. 그 따뜻한 관심과 바람이 더해져 더 큰 힘을 창출해냄은 물론이다. 빨간 돼지저금통에 담긴 따뜻함이 널리 퍼져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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