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부 500억案과 큰 차… 세수 年4조 늘듯

■ 한나라, 법인세 신설구간 상한 100억~200억원 가닥 <br>"中企 감세에 무임승차 하는 중견기업 없어야"<br>조세소위 '감세 따른 투자 효과'에 의문 제기


한나라당이 내년부터 신설될 예정인 법인세 신설 구간 상한선을 100억~200억원선으로 가닥 잡은 것은 감세 혜택을 중소기업으로 한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안대로 상한선을 500억원으로 잡을 경우 중소기업 감세에 무임승차하는 일부 중견기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법인세 추가 감세를 철회할 경우 재정 건전성을 높여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시화될 경우 경기부양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현재 법인세 신설 구간과 관련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됐거나 조만간 회부될 예정인 법인세 개정안은 총 5건이다. 이는 ▦과표 2억원 초과~500억원 이하 구간 신설(정부안) ▦과표 2억원 초과~50억원 이하 구간 신설(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안) ▦과표 2억원 초과~100억원 이하 구간 신설(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안) ▦과표 2억원 초과~1,000억원 이하 구간 신설(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안) ▦구간신설 없이 추가감세 완전 철폐(이용섭 민주당 의원안) 등이다. 이 중 이용섭ㆍ이정희 의원안은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들 안건은 추가 감세를 완전히 철폐하자는 내용이어서 추가 감세의 부분 철폐를 정부와 합의한 한나라당이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정희 의원안은 과표 구간을 신설하는 대신 해당 구간에 대해서는 추가 감세를 철회해 현행 세율인 22%를 적용하고 과표 1,000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서는 되레 세율을 30%로 올리자는 것을 골자로 삼고 있어 한나라당의 거부감이 심하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국회 재정위의 협상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안건은 박 의원안과 정 의원안, 정부안이다. 이들 안건은 신설 과표구간의 기업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법인세율을 추가로 인하(22%→20%)해주고 대신 해당 과표를 넘어서는 기업에 대해서는 추가 감세 없이 현행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추가 감세 철회를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만큼 단기 및 중기적으로 세수 증대 효과가 있다. 국회예산처는 정 의원안의 경우 향후 5년간 19조837억원, 박 의원안의 경우 5년간 20조3,759억언의 세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ㆍ유럽발 금융ㆍ재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늘어나는 정부 재정수입의 일부를 내수 진작이나 복지 확대 등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대한 재정위원회 위원을 설득해 과표 신설 구간 상한선을 500억원선으로 정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가능하면 추가 감세 혜택 대상을 최대한 넓혀야 중ㆍ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를 북돋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조세승수 분석 보고서'도 법인세와 소득세를 각각 1조원 감세하면 국내총생산(GDP)은 감세 1년차 때 각각 0.12%와 0.27%, 10년차에 0,80%와 0.37% 올리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 재정위 산하 조세소위원회 의원 9명 중 정부안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의원은 2명(나성린ㆍ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7명 중 "노 코멘트"라고 밝힌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을 제외하면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감세에 따른 기업 투자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따른 것이다. 박 의원은 법인세 개정안을 제안하면서 "대기업은 고환율 정책의 혜택까지 누리며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지만 중소기업과 상생하려는 생각이 거의 없이 임직원 성과급 잔치만 벌여왔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추가 감세를 할 경우 실질적인 중소기업에만 혜택을 줘야 하며 법인세 신설 구간 상한선도 정부안보다 크게 낮춰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조세소위 의원의 견해다. 다만 나 의원은 "중소기업이라도 효율 경영을 통해 높은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이익을 많이 내 과표가 높다고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가능하면 추가 감세 구간의 상한을 넓히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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