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업체인 홈캐스트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홈캐스트의 2대주주인 장병권 전 현대디지탈테크 대표는 홈캐스트의 보유지분 3.01%(44만4,877주)를 추가로 취득해 지분이 11.38%까지 늘어났다고 9일 공시했다. 장씨의 지분은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보선 대표(11%)보다 많은 상황이어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장씨는 보유지분 확대에 대해 “임원의 선임과 해임, 이사회 정관 변경 등 경영참가 목적”이라고 밝혀 경영권 분쟁이 예상된다.
홈캐스트는 현재 이 대표와 우리사주조합(1.2%)의 지분이 12.2% 밖에 되지 않아 경영권이 불안한 상황이다. 창업 당시 이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었던 최승조 부사장이 지난해 자신의 보유 지분을 모두 매도하면서 현 경영진의 우호 지분은 더욱 취약해졌다.
회사측이 이달 처분한 자사주 5.4%가 현경영진의 백기사에게 매도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감안해도 현 경영진의 우호지분은 2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액주주 비율이 무려 70% 이상이 돼 장씨가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릴 경우 경영권 확보도 가능한 상황이다. 홈캐스트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장씨가 보유지분을 늘린 이유는 공시로 확인된 게 전부이며 개인적인 의견 피력은 없었다”며 “현 경영진의 우호지분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장씨가 동종업체 출신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이 경영권 분쟁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장씨는 지난 2008년 셋톱박스업체 현대디지탈테크를 인수한 뒤 지난해 매각한 바 있다. 장씨는 현재 현대디지탈테크의 매각자금 등 자금력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어 홈캐스트의 지분 확대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홈캐스트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소액주주 등의 지분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경영권 방어 전략에 대해선 현재 언급하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홈캐스트는 삼성전기 선임연구원 출신인 이 대표가 세운 회사로 국내 셋톱박스 업계 2위에 올라 있다. 또 지난 2009년 LED조명 전문업체인 룩센터의 지분 70.5%를 인수하며 LED사업에도 진출한 상황이다. 지난 3ㆍ4분기까지 799억원의 매출과 1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