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청약제도 개편, 시장 반응과 파장은

민간택지 적용 '불만'...자영업자.직장인 소득 형평성도 문제<br>분양시장 양극화, 전세시장 불안 우려도

정부가 28년간 이어져오던 청약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하면서 아파트 청약방식과 이에 따른 시장 환경 변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무주택자 기간, 가구주 연령, 통장 가입기간, 부양가족 등 개인별 점수에 따라 당첨여부가 갈리게 되면서 예측이 가능해졌고, 운 좋은 사람에게 시세차익이 돌아가던 시대는 끝나게 되는 셈이다. 25일 전문가들은 일단 제도 도입은 바람직하지만 가점제 기준의 변별력을 높이고, 기존 청약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취지 좋지만 형평성 문제 우려 =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의 당첨확률이 높아진것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RE멤버스 고종완 소장은 "기존의 청약제도는 '로또복권'이나 다름없었는데, 무주택자와 부양 가족이 많은 사람 등을 우선 배려한 점은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볼때 취지는 좋다"며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가 훨씬 넓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이 한 채라도 있는 유주택자의 경우 청약통장을 활용한 갈아타기가 힘들어지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투자 목적이 아니라 20평형대에서 30평형대로 평수를 늘려가려던 '실수요자'의 당첨기회가 박탈되기 때문이다.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에까지 가점제를 적용키로 한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비난도 나오고 있다. 또 가점제 적용에 따라 무주택 우선공급 제도가 없어질 전망이어서 부양가족 수나 부동산 자산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만 35세 이상 무주택자의 경우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부양가족이 없는 독신자, 단독 가구주 등은 나이가 많아도 당첨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어 지나친 차별"이라며 "특히 갑자기 무주택 우선공급 제도를 없앤다면 우선공급 적용을 기다리며 만 35세가 될 때까지 청약을 미뤘던 사람들의 반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구소득을 가점제 기준에 포함시킴으로써 정확한 소득을 알기 어려운 자영업자와 일반 직장인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직장인 소득은 유리알이지만 전문직 종사자나 자영업자은 어떻게 소득을 파악할 지 의문"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행정적 보완책이 없다면 낙첨자를 중심으로 형평성 시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입찰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의 중대형 평형에 가점제를 적용하는 문제도 논란거리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판교신도시에서 채권입찰제가 적용되는 중대형 평형은 서민주택이 아니라고 강조하던 정부가 동점자를 굳이 가점제로 가리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중소형은 서민들을 위해 차등화하더라도 중대형은 풀어줘 투자수요의 '퇴로'를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시장 재편도 가속화될 듯 = 건설업계는 청약제도 개편이 청약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뉴타운) 분양은 물론 2009년 이후 서울 송파신도시를 비롯해 파주.김포.수원 광교신도시 등 공공택지 분양이 줄줄이 대기중이어서 이들 지역 청약 대기자들은 청약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D건설 관계자는 "청약시장의 일부는 집이 있는 투자 수요나 대체 수요가 이끌어갔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당첨확률이 낮은 사람이 청약을 포기한다면 비인기지역의 경우 미분양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S건설 관계자는 "수도권 외곽과 지방 등 비인기지역의 공공택지는 분양이 힘들어지고, 이 경우 택지공급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장 가입기간이 긴 무주택자의 인기지역 선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부사장은 "비인기지역은 외면받고, 인기지역은 청약자가 쏠리는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특히 가점제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무주택자들이 제도가 시행될 2008년 이후로 청약를 미룰 경우 올해부터 내년까지 청약시장이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시간이 갈수록 유리해지는 가점제의 특성상 청약을 계속 미룰 경우 기존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무주택자가 많은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지역 등지에서는 기존 주택을 사는 인기지역 분양이 시작될 때까지 주택구입을 미뤄 매매값은떨어지고, 전세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집값 약세로 매매에 의한 이동이 없는 상황이어서 주택 구입을 계속 미룬다면 전세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중소형 청약예.부금 가입자들이 통장을 해약하거나 큰 평수로 전환하는 수요가 많아질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점제에서 불리한 일반 1순위자는 예치금을 늘려 중대형 평형으로 갈아타려 할 것이고, 전용 25.7평 이하 민영아파트 청약만 할 수 있는 청약부금은 점차 매력을 상실해 가입자수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청약저축의 인기를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공공 아파트는 어차피 무주택, 노부모 부양 등으로 당첨자를 가려온데다 공영개발 확대로 주공아파트의 공급물량이증가하고 있고, 가격 측면에서도 민영 아파트에 비해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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