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들어 주요 지주회사들의 주가 오름세에 거침이 없다. 이들 지주사는 주력 자회사의 실적개선이나 구조조정 등 개별 이슈에 배당 확대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주가가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주사들은 대부분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 배당 매력이 뛰어나다"면서 "자회사 실적이 견조하고 지주사의 실질 현금흐름이 우수한 종목 위주로 접근하면 올 하반기까지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LG·CJ·한화 등 대형지주사를 비롯해 넥센·진양홀딩스·대상홀딩스 등 중소형 지주사들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LG그룹의 지주사인 LG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41%(1,000원) 오른 7만2,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초(6만2,300원)와 비교하면 15.56% 올랐다. 같은 기간 CJ와 한화도 각각 23.79%, 11.21%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두산과 LS는 -3.64%, -4.04%로 소폭 하락했다. 중소형 지주사 중에서는 진양홀딩스가 28.92%로 7월 초 대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세아홀딩스(13.46%), 대상홀딩스(12.12%), 넥센(6.46%) 등의 순이었다.
이들 지주사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자회사의 실적 개선이다. 송인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주회사의 가치는 보유 자회사 가치의 합에서 결정 나기 마련"이라면서 "주력 자회사의 주가 흐름이 좋으면 지주회사의 주가도 상승 곡선을 그린다"고 말했다.
LG는 주력 자회사인 LG전자·LG이노텍 등의 실적호조에 그동안 부진했던 계열사(LG CNS·서브원 등)의 실적까지 개선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관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전자의 현 모습은 2000년대 중반 초콜릿폰이 출시된 시점과 유사할 만큼 브랜드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면서 "서브원의 경우 내수라는 한계를 벗어나 해외 비중을 늘리면서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최저 수준인 브랜드 로열티 수취율이 올 연말께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는 점도 LG에는 호재다. 현재 LG의 브랜드 로열티 수취율은 0.20%로 CJ(0.40%)나 두산(0.35%) 등에 비해 낮다. 하지만 LG의 개별영업이익에서 브랜드 로열티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실적 개선과 브랜드 로열티 수취율 상승으로 하반기에 주가가 박스권에서 벗어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는 2011년 7월 이후 3년 넘게 주가가 5만~7만원대에 갇혀 있다. 그룹 캐시카우인 CJ제일제당의 주가수익률에 비해 저평가돼 있던 CJ 역시 비상장사의 매출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다. 비상장회사인 CJ푸드빌은 올해 3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CJ올리브영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CJ E&M 역시 올해 순이익 249억원으로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 한화는 한화건설이 최근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 이후 안정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덩달아 주가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지주사의 강세 현상을 이끌고 있다. 두산은 최근 SRS코리아·두산동아 등 보유자산 지분 매각으로 올해 안에 1,250억원의 현금이 유입된다. 시장에서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분류되는 두산이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올해 배당금액을 최소 500원 이상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와 2012년에는 연말기준 3,000원으로 배당금액을 동결했다. 중소형 지주사에서는 넥센과 진양홀딩스의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다. 넥센은 자회사인 넥센타이어의 생산능력 확대와 자체사업의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바탕으로 로열티 수익 증가가 예상된다. 오진원 연구원은 "넥센은 사업지주회사로 자체사업 매출비중이 82.5%를 차지한다"면서 "여기에 로열티 수익까지 더해지면 배당 여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진양홀딩스 역시 화학·폴리우레탄 등 주력 자회사 사업의 견조한 성장을 바탕으로 4%대의 배당수익률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부실 자회사를 지주사 연결실적에서 제거해 주목받는 사례도 있다. 세아홀딩스는 부실 자회사인 드림라인을 연결이익에서 제거해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