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사항이다. 외자유치차원과 함께 환란의 주요 요인중의 하나가 금융산업의 부실이라는 데 그 배경이 있었다. 그러나 제일은행의 매각협상은 지난해 12월말 양해각서 체결이후 난항이 계속됐다. 자산가격산정을 두고 제값에 팔려는 정부와 부실채권인수를 최대한 줄이려는 뉴브리지측의 밀고당기는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지난 5월에는 배타적 협상기한이 만료되고 그후에도 이견이 좁혀지지않아 매각은 물건너가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양측이 막판 대타협을 통해 마침내 협상을 완전히 매듭지은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 당장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향상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종 합의내용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크게 실망스런 수준도 아니다. 제일은행의 자산가치평가를 시가기준으로 한 것은 국제관례이고 정부도 이미 수용했던 것이다. 향후 이익금 분배비율을 지분율대로 하는 것도 상식에 속한다. 뉴브리지측이 대출자산을 장부가의 80~90%에 인수하고 고정이하 부실여신은 성업공사에 팔아 차액을 보전받는 혜택은 받았지만 나머지 모든 여신을 인수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은 셈이다. 가장 큰 쟁점인 추가부실화될 자산의 손실보전(풋백 옵션)기간도 양측이 서로 체면은 살렸다고 볼 수 있는 선이다. 인수후 첫해는 모든 부실에 대해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고 2년째는 20%만 보전키로 한 것은 우리측의 요구가 상당히 관철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협상타결을 위해 무려 5조3,000억의 추가 재정을 투입한 만큼 헐값에 팔았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제일은행의 매각은 무형의 경제적가치가 훨씬 더 클수 있다. 지난해 무려 64조원의 재정이 투입되어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은행들의 경영행태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못하고 있다. 아무리 제도를 뜯어고치고 사람을 바꾸더라고 자체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선진국 금융기관이 들어와 경쟁하면 이런 구조적 문제는 절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선진금융기법을 받아들이지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은행과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매각협상도 조속히 매듭지어야한다. 선진금융기법의 도입측면에서 세계 최고은행인 HSBC의 서울은행 인수는 더 효과적일수 있다. 다만 이번 제일은행의 경우처럼 최대한 제값을 받기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