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기업 5곳 중 1곳은 부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공기업의 부채는 68조원으로 지방채무(28조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정부가 국가재정이 튼튼하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혈세로 메워야 할 숨은 빚이 무섭게 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무건전성 노력에 따라 중앙정부가 국고지원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지방 공기업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운영(출자 비율 50% 이상)하는 직영기업ㆍ공단ㆍ지방공사 등 지방 공기업 379곳의 재무상태를 분석한 결과 81곳(21%)이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부실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226곳(60%), 명확히 판정할 수 없어 추가분석이 요구되는 기업은 72곳(19%)이다. 추가분석 결과에 따라 부실기업 비중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셈이다.
사업유형별로 보면 지역개발기금이 높은 부채 비율로 인해 16곳 모두 부실화 가능성이 지적됐고 지하철공사도 7곳 중 4곳(57%)이 부실했다. 부채 규모가 가장 많은 도시개발공사도 16곳 중 5곳(32%)이 재무건전성이 떨어졌다.
실제 중앙정부나 공기업에 비해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지방 공기업의 부채는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지난 2003년 56.3%에서 2011년 51.9%로 악화되는 동안 지자체 자체수입(지방교부금ㆍ국고보조금 제외) 대비 지방공기업 부채 비중은 오히려 43%에서 86%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부채 증가율이 무려 16%에 이른다. 가계(9%), 민간기업(7%)과 비교해도 매우 가파르다. 이렇다 보니 지방 공기업 부채 규모는 68조원으로 지방채무(28조원)의 2배를 훌쩍 넘었다.
지방 공기업이 이처럼 부실한 것은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011년 기준으로 전체 지방 공기업 142곳(38%)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쌓인 당기순손실은 2003년 이후 전국적으로 2조8,500억원 규모다. 특히 지하철공사 전부와 상하수도 공기업의 60%가 3년 연속 적자다.
지방채무와 지자체의 숨겨진 채무인 지방 공기업 부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통합부채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백흥기 현대연 수석연구위원은 "결국 정부 부담이 될 지자체 채무와 지방 공기업 부채를 모두 반영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지방 공기업을 포함한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부채 산정 기준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무 중복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 공기업 간 통폐합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지자체의 건전성 확보 노력에 따라 국고지원 규모를 조정하는 방식도 검토돼야 할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