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라크戰과 부동산시장

전쟁이 나면 집값은 어찌 될까.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경제는 가뜩이나 불안한데 미국의 이라크전쟁과 북핵 문제는 시장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다르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5주째 올랐다. 매주 0.1% 미만이지만 소리 소문 없이 올랐던 것. 나라 안팎이 집값이 오를 만한 여건이 아닌데도 오른다. 이것이 시장이다. 전쟁 그 자체가 우리 부동산시장과 밀접한 상관관계는 없다. 오히려 전쟁 후가 문제다. 전쟁이 가져올 불황과 국내경제 침체의 장기화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때는 전쟁이 재료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장기적으로 경제와 부동산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미치고 불황이 길어지면 소비는 위축된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주택구매력은 약해져 전쟁은 근원적인 악재로 작용, 시장을 억누르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전쟁은 집값에 근본적인 영향은 주지 않았다. 지난 90년 8월부터 91년 2월까지 진행된 미국과 이라크의 걸프전 당시 서울의 아파트값은 오히려 가파르게 올랐다. 이 기간에 평당 매매가가 90만원 가량 뛰었다. 상승세는 전쟁이 끝난 그해 5월까지 계속되다가 분당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꺾였다. 이 때도 전쟁 등 외부 재료보다는 수급상황에 영향을 주는 신도시 입주가 집값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2001년 9ㆍ11 테러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는 몇몇 국내 대기업의 자금난까지 겹쳐 제2의 외환위기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말부터 주택시장은 활황세를 타기 시작했다. 저금리 때문이었다. 갈 곳 없는 자금이 부동산시장에 몰리면서 수요가 공급을 누르는 상황이 1년 이상 전개된 것이다. 금리는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의 최대 변수로 자리를 굳혔다.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값에 금리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졌다. 대체로 금리와 부동산값은 반비례한다. 거꾸로 간다. 금리가 오르면 집값은 떨어지고 내리면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외환위기 때와 비교해보자. 98년 2월 3년 만기 회사채수익률은 무려 23.4%까지 치솟았다. 최근에는 3년 만기 국고채수익률을 기준으로 4.6%까지 떨어졌다. 그랬던 것이 최근 대외 경제불안으로 3월11일 이후 5.2%대로 올랐다. 만약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다고 가정하면 부동산시장에 대한 시각을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금리 급등은 투자용 매물 증가→부동산값 하락→대출담보설정비율의 하락→은행의 대출 회수→일반가계의 부동산처분 가속화에 의한 가격 급락의 악순환을 부른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는 대외적인 측면에 더 깊은 원인이 있다. 이러한 대외악재는 시장에 장기간, 근원적으로 타격을 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라크전쟁, SK그룹 분식회계, 북핵 문제 등은 경제 전반에 심리적인 불안을 준다. 이는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는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시장 안의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한가지만 본다면 금리다. 시장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 다만 금리추이를 보며 시장을 보는 시각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 당분간 예상되는 시장의 축은 이렇다. 우선 주택을 보유한 일반인들은 뉴스와 재료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주식투자하듯 매일 아파트 시세표를 볼 까닭도 없다. 매입을 고려한다면 불안심리로 인해 시장에 나오는 급매물을 긴 안목을 갖고 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를 때 호가를 따라가면서 매입하지 말고 늘 남들이 쳐다보지 않는 매물이 시세보다 낮게 나올 때 구입하는 것이 지나고 보면 낫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자금을 운용하거나 투자목적으로만 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지금은 신중해야 한다. 상품별로는 여전히 아파트와 일부 수익성 상가에서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토지 등은 환금성에 제약을 받는다.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상품인 것이다. 아파트도 실수요층이 두텁게 받쳐주는 중소형 평형과 임대사업이 가능한 수익상품쪽에 수요의 무게가 쏠릴 전망이다. <성종수(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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