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변화하는 아랍 국가들

올해 중동은 이라크 종파분쟁과 이스라엘ㆍ레바논전쟁으로 기억될 것 같다. 비록 덜 주목받고 극적이지도 않았지만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의 모습을 바꿀 잠재력을 가진 석유 경제 붐도 있었다. 지난 4년간의 유가 상승이 앞서 70~80년대의 오일 붐 때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들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경제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비록 여전히 정치권력이 미약하고 지역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석유자원을 세계 무대에서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자신의 오일달러를 국내외에 현명하게 분배해 저유가시대도 견딜 수 있는 강한 경제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90년대의 무기력과 재정 적자로부터의 거시경제적 회복은 주목할 만하다.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은 모두 4년 연속 두자릿수 이상의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98년 대비 두 배로 늘어난 1인당 GDP 시대를 즐기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 이어 가장 빠른 성장률이다. 2006~2007 회계연도 경상흑자는 GDP의 30%에 이를 전망이며 외화자산은 4,500억달러로 평가된다. 부정적인 면도 있다. 오일 붐이 국내적으로 민주화 압력을 상쇄하는 동시에 경제 개혁에 대한 시급성을 줄인다는 것이다. 최근에 아랍 국가들은 과거에 비해 오일자산을 더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물론 과거의 낭비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과거 오일쇼크 때에 비해 더 많이 저축하고 지역 내에서 소비하며 사회 인프라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일달러의 많은 부분이 해외 은행들에 저축되면서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두바이 등에 둥지를 튼 새로운 아랍 금융기구들은 자금의 재투자에 열을 올리면서 정부투자기관들은 투자 대상과 지역을 다양화하고 있다. 유가가 계속 높게 유지된다면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쓸모없고 비생산적인 지출 확대 유혹을 이기기 힘들 것이다. 비록 이러한 혼란으로부터 벗어난다고 해도 정치적 불안정은 여전히 경제적 부활을 가로막을 수 있다. 이란을 둘러싸고 고조되고 있는 긴장은 그렇지 않아도 부풀려진 군사비를 더 키우고 있다.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앞선 오일 붐 기간 동안에 그들이 만들었던 혼란과 나중에 지불했던 비싼 대가들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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