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지방행정체제, 이렇게 바꾸자


지방자치의 큰 틀을 다시 짜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16일 대통령 소속의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킴으로써 지방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추진위원회는 앞으로 도의 지위와 기능 재정립, 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 개편, 시∙군∙구 통합, 읍∙면∙동의 자치화 등 지역의 미래는 물론 권력구조까지 바뀔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오는 2012년 6월까지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정부는 이 안을 토대로 2014년에 실시되는 지방선거 전까지 개편작업을 완료한다는 일정이다. 광역지방정부 기능·역할 강화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그동안 정치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특별법이 제정되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발족해 심층적인 검토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추진위에 거는 기대와 관심이 여느 때와 같지 않다. 문제는 어떤 기준과 원칙하에 개편을 추진할 것인가다. 지난해 10월에 제정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은 개편의 목적을 지방의 역량 강화, 국가경쟁력 제고, 주민의 편의와 복리 증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지방행정의 구조와 기능을 바꾸려는 목적이 이와 같다면 개편의 기준은 효율성, 민주성, 그리고 다양성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효율성은 지역과 국가의 경쟁력 제고라는 차원에서 개편이 이뤄져야 하고 민주성은 주민의 편의와 복리 증진에 기여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양성은 지역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에 융통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효율성 기준에서 지역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광역지방정부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대도시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중앙정부의 권한을 획기적으로 지방에 이양하고 지방은 이양된 권한을 담을 만한 규모로 그릇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현재 시∙도의 인구규모나 권한을 보면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과 경기도가 경쟁력이 있지만 다른 시∙도에 비해 격차가 현격한 것도 차제에 조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도에서 분리된 광역시를 환원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광역시가 없는 도와 인접 도 간의 통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주민 편의와 복리 증진을 위해서는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의 규모가 커질수록 주민 참여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감안하면 기초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의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 광역자치단체는 대외경쟁력 강화차원에서 행정구역을 확장하되 기초자치단체는 효율성보다는 민주성 제고에 우선을 둬야 한다. 행정구역 설정을 단일기준이 아니라 광역과 기초를 분리해 이원적으로 접근하면 효율성과 민주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다양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는 자치계층과 제도의 획일성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현재의 자치계층은 제주도를 제외한 15개 시∙도가 광역-기초의 2계층으로 고정돼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처럼 다른 지역도 다양한 자치계층의 도입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혼합계층의 대표적인 국가이고 미국도 광역과 기초를 통합한 지역과 카운티(county)에 소속되지 않는 독립시가 존재하는 등 계층구조가 비교적 자유스럽다. 프랑스와 독일도 자치계층에 융통성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도시의 자치구 문제나 읍∙면∙동의 준자치단체 전환도 이러한 차원에서 접근하면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단체규모 줄여 주민참여 높여야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이 같은 기준 외에도 지역주민의 의사를 수렴하겠다는 소통의 자세가 우선적으로 전제돼야 한다. 구역개편이 아무리 시급하고 중요하더라도 지역정서와 역사성을 감안해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추진위가 정치권의 당리당략이나 조급한 당위성에 매몰되지 않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혜안으로 의견을 모아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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