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협상 10계명과 남북·여야 관계

몇 년 전 세계경영연구원의 협상스쿨을 다니며 ‘협상의 10계명’을 배운 적이 있는데, 이걸 배워두면 각 분야별로 크고 작든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불현듯 협상 얘기를 꺼낸 것은 꽉 막힌 남북관계와 투쟁지향적인 여야관계 등을 보면서 ‘협상원리를 안다면 좀 더 나을텐데…’라는 아쉬움 때문이다. 실례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 미국과의 부실한 쇠고기 협상으로 엄청난 역풍을 맞은데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야당에게 비준안 반대의 빌미를 준 것은 협상력 부재 탓이다. 협상의 핵심은 요구가 아닌 (숨겨진) 욕구를 찾고, 좋은 인간관계와 합리적 논거에 입각하고, 베트나(협상결렬시 최상의 대안)를 활용하고, 창조적 대안을 만들어 윈윈(Win-Win)하라는 것이다. 우선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남북관계를 보자. 작금의 적대적 공존관계에 대해 상호주의 원칙을 들어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통일비용을 줄이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측면에서는 소모적이다. 협상원리에 비춰보면 북한은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요구에 합리적 논거 없이 험한 말을 해대며 부인해 남한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체제유지를 위해 중국이라는 베트나만 부각시키는 통에 자원개발권 등 알짜 국부를 대거 넘겨주는 것도 큰 문제다. 중국의 강력한 대북 영향력은 지금도 그렇지만 통일과정에서도 남북 모두에 상당한 부담이다. 남한도 협상원리상 미숙하다. 사실상 중국변수를 무시하고 북한을 몰아 붙인다고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기업이 투자를 안하면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대북투자를 안하면 남북 모두 손해다. 식량(분배투명성 전제) 등 경제지원이라는 협상의 지렛대를 팽개친 것도 협상력을 떨어뜨렸다. 북의 핵 개발 욕구도 체제 유지와 대남 우위, 미국 등 서방과의 수교가 주목적이라는 것에 맞춰 대처하는 게 필요하다. 서희가 거란군에 철수 명분을 주고 강동6주를 찾았던 것처럼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창조적 대안을 마련할 때다. 정치권도 ‘내가 하면 친서민, 남이 하면 포퓰리즘’이라는 식의 대결적 마인드와 정략적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이는 상대방을 넘어뜨리는‘씨름’이 아니라, 상대와 공존하며 ‘댄스’를 하는 협상의 묘미를 몰라서다. 여야와 남북 지도자들이 ‘제로섬 게임’을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전환하는 협상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정치부=고광본 차장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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