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미국의 소비 지출은 2010년판 두도시 이야기"리며 "전체적인 소비층 균열 속에서 더 나은 것을 과감하게 사들이는 계층과 실업과 임의 소득 부재를 걱정하며 필수소비재만 겨우 구입하는 계층으로 나뉘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FT는 "니먼마커스, 티파니 등 고가 매장에서는 소비자들이 활기차게 물건을 사들이고 있지만 월마트 등 할인점의 경우 경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 양극화는 관련 기업들의 실적으로 직결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대형 유통점과 식품업체들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고가ㆍ명품업체들은 실적 팡파레를 터뜨리고 있다.
명품 보석업체인 티파니는 지난 27일 실적 발표를 통해 2ㆍ4분기 매출이 9.0% 성장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중적인 보석 판매 체인인 제일스는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또 고급 백화점 체인인 니먼마커스는 2ㆍ4분기 수익이 7.6% 늘었으나 월마트의 경우 미국 내수 부문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수익이 줄어들었다.
식품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크래프트, 펩시코 등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들보다 가격대가 높은 스타벅스, 파네라, 치폴레 등은 올들어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가격대가 더 높은 스테이크하우스 체인 모톤 역시 1ㆍ4분기에 성장세를 보였다. 또 일반 식료품 체인인 세이프웨이는 2ㆍ4분기에 역성장했으나 유기농 제품 판매 체인인 훌푸즈는 같은 기간 8.8% 성장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메르세데스와 BMW는 여전히 잘 나간다. 그러나 중산층은 극도로 가치를 따지는 소비자가 됐다"고 분석했다.
중산층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절약에 나서면서 미국의 전체 소비 지출 역시 눈에 띄는 개선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2ㆍ4분기 소비 지출은 연율 2.0%의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FT는 "지난 1982년 1ㆍ4분기의 경우 전체 경제가 0.2% 성장에 그친 가운데서도 소비 지출은 7.5%나 증가했고, 또다른 경기 회복기였던 지난 1992년 1ㆍ4분기와 2001년 4ㆍ4분기에도 소비 지출은 각각 7.1%, 6.4%씩 늘어났었다"며 "과거 경기침체와 비교하면 몹시 취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잭 클라인한츠 전미소매업협회(NR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반적으로 소매 판매가 경제 회복을 주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며 "사람들이 절약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