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원인미상 폐손상, 가습기 살균제 때문인 듯

보건당국, 살균제 사용·출시 자제 권고…의약외품으로 지정 관리

출산 전후의 산모들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갔던 원인미상의 폐질환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당국은 국민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제조업체에는 제품 출시 자제를 요청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5월 출산 전후의 산모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원인미상의 폐손상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또는 세정제)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31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원인불명 폐손상 환자가 몰렸던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 같은 증세로 입원한 적이 있는 18명을 환자군으로, 같은 병원의 호흡기내과와 알레르기내과에 입원한 적이 있는 121명을 비환자군(대조군)으로 설정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인을 파악했다. 그 결과 환자군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경우와 대조군에서 살균제를 사용한 비율의 차이인 교차비가 47.3으로 나왔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경우 원인불명 폐 손상 발생 위험도가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47.3배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폐손상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평균 3∼4년 동안 해마다 4개월 가량 가습기를 사용하면서 물을 보충할 때마다 살균제를 첨가해 사용했다. 살균제 사용량은 월평균 1병 정도였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예비세포 독성실험 결과 실제로 일부 살균제의 경우 이런 역학조사 결과를 지지하는 내용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제한적인 조건에서 인간의 폐 세포를 배양한 뒤 시험한 결과 일부 제품이 폐 세포 손상을 유발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살균제와 폐손상 간에 확실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만큼, 향후 3개월가량의 추가 역학조사와 위해성 조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절차가 남았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다만, 질병관리본부는 살균제가 발병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할 것을 국민에게 권고하고, 제조업체에는 제품 출시 자제를 요청했다. 업체들도 일단 시중에 유통된 제품을 수거하고 추가제품 출시를 연기하는 등 당국에 협조하기로 했다 또 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약사법에 의한 의약외품으로 지정 고시해 제조업체에 대한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생활화학 가정용품에 대한 안전관리 검증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앞으로 최소 3개월간 동물 흡입독성 실험과 위해성 평가 등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관련 전문가 자문을 통해 수시로 조사 결과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최종결과에 대해서도 전문가 검토와 확인을 거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는 지난 4월과 5월 출산 전후의 20∼30대의 산모 7명과 40대 남성 1명 등 8명이 원인불명의 폐질환으로 입원했다. 이 가운데 30대 산모 4명은 폐 조직이 급속도로 딱딱하게 굳어지는 증세를 보이다 사망했으며, 3명도 같은 증세로 위중했으나 폐 이식을 통해 목숨을 건졌다.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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